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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행진 어디까지…'위기의 ¥' 140엔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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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행진 어디까지…'위기의 ¥' 140엔도 보인다

입력
200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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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의 가치가 급락, 25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마침내 달러당 130엔대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엔저 흐름이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시장 심리가 복합된 결과여서 우선은 ‘1달러=135엔’이 심리적 장벽이 되겠지만 ‘1달러= 140엔’도 시야에 들어 왔다고 진단했다.현재의 엔저는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불투명한 전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경기 침체는 단기 경기 곡선도 지난해 10월을 고비로 하강 국면에 접어 들어 아직 골이 어디인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최소한 내년 가을은 지나야 회복 조짐이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그때까지는 흐름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가 하락과 경기 후퇴가 서로 꼬리를 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정책 수단으로 엔저를 들고 나온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엔저의 급물살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재무성 재무관이 10일 “최근의 엔저는 경제의 기초 조건으로 보아 지나친 엔고가 수정되는 과정일 뿐”이라고 발언한 이후 시작됐다.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성 장관은 한술 더 떴다. 그는 13일 “엔화는 고평가돼 있으며 저평가 방향으로의 유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발언에 이어 21일 “엔화의 가치하락은 결코 부자연스럽지 않다”면서 노골적으로 엔저를 유도했다.

이 같은 일본 당국자들의 태도는 엔저로 수입 물가의 상승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수익 개선이라는 이중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10%의 엔저는 제조업의 기업 수익을 5% 개선시키고, 소비자 물가지수를 0.3%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엔저 정책을 용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 “설사 엔저를 부르는 한이 있더라도 양적 금융완화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급속한 엔저에 대한 경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엔저 흐름 속에서도 최대 수혜자여야 할 첨단기업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생산 거점의 활발한 해외 이전의 결과 수출기업의 수입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엔저의 이익은 한정돼 있다.

더욱이 엔저는 외화를 기준으로 한 일본 주식·채권의 하락을 뜻하기 때문에 해외 자본의 ‘일본 팔자’를 촉발시킬 위험이 있다. 1997~98년의 금융위기 당시 해외 자금의 유출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엔과 주식, 채권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하락’의 조짐을 지적하면서 더욱 큰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 분기점이 ‘1달러=140엔’선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단 엔화가 달러당 135엔에 접근하면 ‘엔저 위기론’이 대두하고, 그 이상으로 하락하면 본격적인 논쟁과 함께 시장의 치열한 공방전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1,000원 벽 깨지나

마지노선이라던 1,000원 벽이 무너지는 것일까. 크리스마스인 25일, 3년2개월여만에 엔·달러 환율이 130엔을 돌파하면서 원엔 환율(100엔당)도 1,000원 벽에 바짝 다가섰다.

원달러 환율도 ‘동반 약세’ 보조를 취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엔 상승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칫 ‘엔화 약세’가 내년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대일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은 거의 없다는 ‘경고 메시지’는 이미 누차 던져진 상황.

이달초 원엔 환율이 1,020원대를 유지할 때만 해도 “설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엔달러 환율이 130.70엔으로 뛰어오르며 원엔 재정환율은 1,000.92원까지 추락, 1,000원대 붕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산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일본 엔화 가치가 10%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수지 흑자 감소폭이 19억달러에 이른다는 것.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업계 등은 각종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추락하는 원엔 환율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그렇다고 ‘대일 수출 감소 → 경상수지 흑자 감소 → 성장률 하락’ 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가 원화 가치 하락을 무작정 용인하기도 어려운 상황.

140~150엔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엔화 환율을 쫓아가기 위해 이미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계속 방치할 경우 ‘원화가치 하락 → 수입물가 상승 → 인플레’ 의 또 다른 악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저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저성장-고물가’라는 최악의 디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엔저를 무작정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경우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면 엔화 약세가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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