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창호. 그래도 조훈현. 아깝다 유창혁. 돋보이는 신예기사.’2001년 한국 바둑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었다.
한국 기사들은 올 들어 열린 세계대회를 모두 제패했고 단체전에서도 강세를 이어갔다. 국내 바둑계는 이창호 독주 시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새롭게 떠오른 신예기사들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상금 10억원 돌파한 이창호
이창호 9단의 올해 총상금은 10억 1,850만 원(25일 현재). 바둑계 역사상 최초의 상금 10억 원 돌파 기록이다.
올 한해 그가 거둔 성적은 화려하다. 국제대회, 국내대회 가릴 것 없이 결승전에서는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월 제4회 응씨배, 5월 제5회 LG배 세계 기왕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1인자의 위용을 과시했다.
국내 대회에서도 막강한 실력을 보여줬다. 기성전, 패왕전, 왕위전, LG정유배, 그리고 12월 명인전까지 우승함으로써 국내 주요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까지 통산 104회 우승.
하지만 이 9단의 기록은 단순한 우승 퍼레이드 때문에 빛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5월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세돌 3단에게 2패뒤 3연승을 거두며 뚝심을 보여줬다.
또 명인전에서는 유창혁 9단에게 역시 2패 뒤 3연승으로 이김으로써 모든 기사들에게 찬탄과 두려움을 자아냈다.
이 9단은 올해 5월15일부터 8월8일까지 17연승을 거두면서 연승상도 함께 수여했다. 25일 현재 47승15패로 승률 75.8%를 기록, 승률부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관록의 조훈현,고군분투한 유창혁
48세 조훈현 9단의 관록도 빛난 한 해였다.
그가 차지한 국제대회 타이틀은 3회. 8월 최명훈 8단과 결승전을 치른 후지쯔배와 속기바둑 국제대회인 13회 아시아바둑선수권 대회, 그리고 12월 끝난 제6회 삼성화재배까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삼성화재배에서는 중국의 창하오 9단에게 1차전 반 집 패 후 반 집, 2집 반 차이의 연속 승리를 거둠으로써 투혼을 보여줬다.
그는 국내대회에서 패왕전과 왕위전 모두 이창호 9단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국수전을 탈환함으로써 체면을 세웠다. 상금 순위 5억 7,650만 원으로 2위.
유창혁 9단은 제3회 춘란배 국제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명인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한해를 쓸쓸히 마감했다.
하지만 유 9단은 올해 54승22패(25일 현재)로 다승 2위를 달리고 있고 패왕전에서 11연승을 거두며 내년도 전망을 밝게 했다.
■돋보이는 신예기사군 출현
지난해가 최우수기사상과 다승상, 연승상을 휩쓴 이세돌 3단의 해였다면 올해는 다양한 신예강자군의 출현이 돋보였다.
올해 신인대회는 조한승 5단(신인왕전), 강지성 4단(신예 10걸전), 이세돌 3단(신예연승최강전)이 나눠가졌다.
조 5단은 56승22패로 다승부문 1위를 달리며 기염을 토했다. 안영길 4단, 박정상 2단도 신예강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철한 4단, 원성진 3단과 박영훈 2단은 16세 ‘송아지띠 삼총사’로 불리며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냈다.
최 3단은 농심신라면배에 한국대표로 출전, 막강한 중국 일본기사를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그리고 5개 기전 본선에 진출해 중견기사들을 위협했다. 특히 박영훈 2단은 11일 끝난 천원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서봉수 9단 이후 최저단 우승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2001 바둑문화상 신예기사상도 차지하며 올 한해 가장 돋보인 신예기사임을 입증했다.
■바둑의 스포츠종목화 추진
한국기원은 올해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며 대한체육회 가입을 추진했다.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노력이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사정으로 내년으로 이사회가 미뤄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한편 올 한 해 바둑계를 들끓게 했던 이창호 9단의 중국 바둑리그 진출 문제는 잠정적으로 허용된 상태.
19일 열린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서 내년 2월까지는 중국 진출을 허용하고, 그 이후에는 상금 순위 3위기사까지 해외진출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유창혁 9단을 비롯10명의 기사가 중국에 진출한 상황에서 불거진 이 9단의 중국행을 막는 과정은 한국기원의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신예기사상 박영훈 2단
박영훈 2단은 1985년생으로 올해 나이 열 여섯이다.
6세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운 뒤 학초배, 삼성화재배 등 아마대회를 7차례나 제패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생 생활을 2년 만에 포기한 뒤 9차례의 도전 끝에 프로기사가 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11일 천원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생활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서봉수 9단이 1972년 명인전에서 2단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단기간 우승기록이다. 또 최연소 부문에서도 이창호 9단(당시 14세)에 이어 2위.
그는 이번 대회에서 유창혁, 서봉수 9단 등 기라성 같은 선배를 이겼다.
박 2단은 “이제는 이창호 사범과 승부해보고 싶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내년의 목표”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