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재생불량성 빈혈로 5개월 시한부 삶을 이어가고 있는 홍창우(洪昌佑ㆍ17ㆍ서대전고2)군. 홍군이 맞는 성탄은 우울하지만, 소망은 절실하다.
3주전 등교 길에 코피가3시간 동안 멈추지 않아 부랴부랴 찾았던 병원에서 창우는 길어야 150일을 버틸 수 있다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창우네 형편에 1억여원의 수술비와 치료비는 평생 손에 쥘 수 없는 신기루나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런 데도 창우는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와 역시 병치레를 하고 있는 누나의 건강을 새해 소망 1순위로 꼽았다.
창우는 왜소한 체구지만 축구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몇 분이라도 친구들과 어울려 경기에 출전한다.
다음날 피곤에 절어 언제 멈출지도모르는 코피를 쏟곤 하지만 학교를 결석하는 법은 없다. “남들과 달라 보이는 건 싫어요.
빨리 피곤해지고 약한 것 말고는 생활에 지장이 없는 걸요.” 생명의 불꽃이 시나브로 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던 녀석의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어린 나이로는 감당하기 힘든병마가 창우의 가녀린 몸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은 10년전부터. 이 와중에 택시 운전을 하던 아버지는 7년전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아직도 행방불명상태다. 몸이 약해 병치레가 잦았던 엄마는 이때부터 창우의 치료비와 생계를 위해 날품을 팔아야 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1999년에는 누나 수민(秀旼ㆍ19ㆍ한빛고3)이 마저 뇌종양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으로 병원 출입이잦다.
정부 보조금 60만원을 쪼개고 쪼개 두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하는 엄마 권영신(權寧信ㆍ42)씨는 “내색도 않고 방 귀퉁이에 애처로이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속상한 눈물을 보이는 게 죄스러울 뿐”이라고 흐느낀다.
창우는 해가 바뀌는 게 두려운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빨리 새해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드컵에서 황선홍 이천수 선수가 멋진 슛을 날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것도 보고 싶고, 대학에도 진학해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진출할겁니다.”
창우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다른꿈을 꾼다. 바다 멀리 대만에서 어렵게 구한 골수를 창우에게 이식시켜주는 것. 창우네 학교는 10일부터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모금액은900만원. 담임 박응수(朴應秀ㆍ29)교사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작은 정성이 모여 창우에게 ‘희망의 새해’를 선사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하나은행 계좌 637-910075-11007 서대전고 총학생회)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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