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이 중심을 잃은 채 흔들거리고 있다.법인세율 같은 중대 경제정책이 여야의 다툼으로 이리저리 바뀌는가 하면 법안내용으로 확정된 정책이 불과 며칠만에 이해집단의 반발에 밀려 뒤집히는 등 전형적인 레임덕(Lameduck) 현상을 보이고 있다.
24일 재정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소여대(與小野大)로의 정국변화이후 경제정책 결정에서 야당의 입김이 강화되고 임기말에 따른 권력이완,연초 개각설에 따른 관료들의 눈치보기가 겹치면서 경제정책이 당초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시행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사태로 금융시장의 위기가 고조되는데도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자리가 한 달 가까이 공석인 채 방치되고 있다.
표류하는 경제정책의 대표 사례는 세제 분야. 재경부는24일 2003년 1월부터9~10인승 차량에 특별소비세 10%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산업자원부의 반대와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불과 나흘 만에 스스로 정책을 철회한 것이다.
또 국회에서는 여야 대립으로 내년도 법인세율 인하 폭이0%(정부안) a 2%(한나라당안) a 1%(여야 합의안)등으로 2차례나 번복 발표돼 해당 기업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또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사채금리를 60%로 제한하겠다고 내놓은 금융이용자보호법도 국회 입법과정에서 사실상 사문화했다.
파행 국회와 함께 관료집단의 눈치보기도 경제정책의 레임덕 현상을 재촉하고 있다.
임박한 개각으로 일손을 놓으면서 14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운용을 관리하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사의를 밝힌 뒤에도 한 달 넘게 교체되지 않고 있으며,1,000억달러가 넘는 보유 외환을 관리하는 재경부 국제금융국도 국장이 공석인 채 아르헨티나 사태를 처리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국장급 관계자는“조각(組閣) 수준의 개각으로 대부분의 경제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자 업무가 정지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눈앞에 닥친 현안만 처리하고 있으며,굵직굵직한 문제는 다음 장관이나 다음 정권 때 해결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관계자는 “이 같은 레임덕현상이 계속될 경우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이 약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도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정책신뢰 저하로 주가ㆍ환율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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