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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 10인] (6)마르크스 멕시코 반군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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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 10인] (6)마르크스 멕시코 반군지도자

입력
2001.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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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게릴라단체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을 이끌고 있는 마르코스(44ㆍ사진) 부사령관은 인디오의 권리회복투쟁을 통해 세계화의 허구를 깨뜨리고 있는 ‘신세대 혁명가’다.빈곤에 허덕이는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알리고 그들의 권리법을 제정하기 위해 2월25일~3월11일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감행한 3,000㎞ 대장정은 그의 의식과 투쟁방식을 한 단계 높인 쾌거였다.

당초 목적이었던 권리법이 의회에서 원안대로통과되지 못했지만 인간애에 바탕을 둔 순수한 열정과 평화적 해결태도는 멕시코에서 ‘불의의 그림자’를걷어내는 희망의 불빛이 됐다.

평화행렬이 EZLN의 근거지인 치아파스를 떠나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던 날, 20만명의시민과 학생, 원주민들은 ‘마르코스’를 연호하며 그를 맞았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주세 사마라구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알랭 투렌, 사미 나이르등 비판적 프랑스 지성들도 그의 실천적인 지식인 상에 고개를 숙이며 ‘반세계화의기수’로 추켜세웠다.

본명이 라파엘 세바스티안 기옌 비센테로 알려진 마르코스는 1983년 멕시코 남부의치아파스 열대우림지대에서 인디오 공동체운동에 뛰어든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하던 1994년 1월1일 EZLN을 결성하며 게릴라로태어났다.

그날을 거사일로 택한 것 자체가 1980년대의 개방과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항해 1,000만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

천연자원이 몰려있는 치아파스주에 대한 개발이 절대빈곤층으로 남아있는 원주민들의이익 보다는 세계 금융자본과 대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바로 반세계화의 논리와 맥이 닿는다.

그는 “94년 나프타 발효 후 미국 등 외국기업의 공장이 많은 북부지역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남부는 원유와 목재, 전기 등 많은 천연자원을내주고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는 “멕시코는세계의 20%가 전체 국내총생산의 80%를 지배하며 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20/80’이론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민주주의 없는 경제개발은 결국 한계를 드러낸다고주장한다.

지난 5월 멕시코정부가 멕시코만에서 파나마운하까지 고속도로와 전철을 건설하려는 ‘파나마플랜’에대해 반세계화 단체들과 함께 반대투쟁에 나선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부유한 백인 집안 출신으로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를 나와 프랑스유학을 다녀온 인텔리.마르코스는 줄곧 검은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활동하면서 인터넷상에는 끊임없이 세계화의 허점을 지적하고 원주민의 생활상을 알리는 각종 격문과주장을 올려 사이버시대의 전천후 혁명가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마르코스가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면서도 국가권력의 장악을 목표로 하지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사회주의 노선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을 체 게바라와 비교하는 데 대해 ‘나는 혁명가가 아니라반항아이며 평화적 협상가’라고 낮추고 있다.

지난 4월 협상을 중단하고 치아파스로 내려간 그는 10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오초바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멕시코 사회에 정의를 세우겠다”고선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71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첫 번째 개혁안으로 내세웠던원주민 권리법이 실패로 끝나고, 반군게릴라 변호에 앞장섰던 동지의 죽음을 지켜본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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