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공개된 김은성(金銀星)전 국정원 2차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은 정보기관이 한 간부의 사욕(私慾)에 의해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또 그 동안 김 전 차장을‘진승현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해 온 본보 보도내용도 대부분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영장에 따르면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씨는 지난해 3월 열린금고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자 4월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과장에게 5,000만원을 건네며 검사무마를 요청했다.
정씨는 이 돈을 받은 뒤 “김은성 차장에게도 줘야 한다”며 진씨로부터 현금 2억원을 추가로 받아 냈다.
정성이 전달된듯 김 전 차장은 같은 해 7월께 옛 동료인 김재환(金在桓ㆍ수배중)씨를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하도록 진씨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7월20일 계열사인 한스종금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자 다급해진 진씨는 정 전 과장을 찾았고 그로부터 “10만원권 수표500매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돈은 8월 말 진씨와 정 전과장이 함께 M호텔 중식당에서 김 전 차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달됐다.
진씨는 검찰에서 “상담 후 먼저자리를 뜬 김 전 차장을 정 전 과장이 5,000만원을 들고 따라갔으며 돌아올 때는 빈손이었다”고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물질’로맺어진 관계는 도피생활에 들어간 진씨를 김 전 차장이 돌봐주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9월 말께서울 강남의 모 일식집에서 도피 중이던 진씨를 만나 “고생이 많다”며 부하직원을 통해 파악한 검찰 수사상황을 알려준데 이어 비슷한 시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의 안가에서 정 전 과장과 김재환씨를 만나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김 전 차장은이어 10월 초 진씨의 은신처였던 서울 논현동 외국인 전용 원룸아파트를 찾아가 다시 한번 “얼마나 고생이많으냐. 모두들 애쓰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라”며 검찰수사 상황을 알려줬다.
김 전 차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서 진씨가 보낸 자동차로 바꿔타는 등 첩보영화 수준의 열성까지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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