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은 일 황족과 백제 왕족간의 혈연적 인연에 관한 아키히토(明仁) 일본 천황의 발언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면서 발언이 가져 올 긍정적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한승수(韓昇洙) 외교 장관은 24일 “아키히토 천황의 언급은 양국관계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한일관계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던 사실을 천황의 입을 통해 재확인했다”며 “천황은한일 양국이 가까운 사이임을 상징적으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올 한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으로 얼룩진 한일관계를 약간이나마 호전 시켰다는 평가다.
하지만 발언 배경과 관련 당국자들은 “천황 개인적인 의사 표현”이라며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한 당국자는 “아키히토 천황은 과거 한국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두어 차례 같은 취지로 발언을 했었다”며 “이번에 천황의 평소 소신이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는 일본 보수언론이 발언을 기사화하지 않은 사정도 감안됐다. 결국 한반도와의 인연을 중시하고 생전에 방한을 성사시키고 싶은 아키히토 천황이 개인적 차원에서 의견을 표명한 측면이 짙다는 얘기이다.
내년 월드컵 개막식에 즈음한 아키히토 천황의 방한 가능성과 이번 발언을 연결시키는 것은 이르다. 당국자들은 “1998년 일황의 방한을 제의했지만 일본측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영 분위기를 일황 방한의 제1조건으로 꼽고 있는 양국은 현재 그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중요한것은 일황의 발언 배경보다는 발언 이후 한일관계의 긍정적 변화”라며 “양국 국민이 이를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고 인정해야만 한일관계가 진전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日언론 ·학계 냉담
아사히(朝日)신문은23일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연(緣)을 느낀다”는 아키히토(明仁)일본 천황의 발언에 대해 한국 언론이 ‘친선 메시지’라며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대부분의 한국 신문이 아키히토 천황의 사진과 함께 이 소식을 1면에 싣고 ‘한반도와의 혈연을 천황 스스로 처음으로 발언했다’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식에 때맞춘 일본 천황 최초의 방한이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 한국에도 무성하다면서, 이런 가운데 이뤄진 일본 천황의 언급을 한국 언론은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한국인에게 보내는 우호의 메시지’ 등으로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신문이한일 우호관계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을 뿐 나머지 언론과 학계는 대체로 냉담한 반응이다. 아사히신문과 함께 천황의 관련 발언을 전했던 산케이(産經)신문을 포함한 다른 일본 언론은 한국내 반응은 물론, 관련 후속기사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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