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는 판화에 어떤 자취를 남겼을까.17세기 유럽 바로크 미술의 거장 렘브란트(1606~1669)의 판화전이 국내 처음으로 29일~내년 2월 17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선술집의 방탕아’(1636년), ‘자화상’(1628) 등 수많은 유화 명작을 남긴 작가가 판화에서는 또 어떠한 업적을 이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작은 판화 90점과 에칭(Etchingㆍ부식동판)원판 2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 생가 박물관(렘브란트 하우스 뮤지엄)에서 가져온 것으로 유화보다 훨씬 자유롭고 세밀한 에칭이야말로 렘브란트가 완성한 독특한 판화 장르이다.
에칭은 기름을 바른 동판 위에 바늘로 그림을 그린 후, 동판을 초산에 담가 기름이 벗겨진 부분만 부식시키는 판화 기법.
이후 기름과 잉크의 반발작용을 이용해 부식된 부분에만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어내는 것이 에칭판화의 원리다.
목판이나 동판에 직접 새기는 인그레이빙(Engraving) 기법보다 섬세한 표현을 할 수있는 것이 특징이다.
1649년에 완성한 대표작 ‘설교하는 예수’(세로 27.8㎝, 가로 38.8㎝)를 보자.
마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설교 장면을 구체화한 작품으로 유화로는 구현할 수 없는 에칭만의 기법이 다양하게 표현돼 있다.
차분한 모습의 예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경외감과 공포, 불신과 반감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중앙의 강한 빛과 주변의 어둠 표현은 역시 ‘빛의 화가’답다.
렘브란트는 이러한 종교화만 그린 게 아니다.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에칭은 어쩌면 초상화나 인물화에 더 적합한 장르.
1639년 작 ‘자화상’(세로 20.5㎝, 가로 16.4㎝)은 작가 자신의 외로움과 절박함이 거친 선 위에 잘 드러나 있다.
1638년 작 ‘아담과 이브’(세로16.2㎝, 가로 11.6㎝)는 나이를 먹은 아담과 이브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명작이다.
유재길 홍익대 교수는 “렘브란트는‘책의 삽화를 위한 그림’ 정도로 여겨졌던 판화를 회화와 동등한 순수예술로 끌어올린 작가”라며 “특히 에칭의 모든 기술은 그가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이밖에 종교화 31점, 자화상 8점, 누드화 7점, 풍경화 9점 등을 선보인다. (02)580-1300 1649년 작 에칭 판화 ‘설교하는 예수’.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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