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은 아이들의 이런저런 질병이나 미뤄두었던 신체 교정 등을 해 주기에 최적기이다.겨울철은 여름철과 달리 곪거나 덧나는 등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축농증, 비염 등 수술이 필요한 질병이나 치아교정 등은 방학 초기에 미리 병원을 찾아 일정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비인후과 질환
축농증(부비동염)이 있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물론 축농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뇌막염이나 뇌농양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축농증 자체가 지능에 영향을 주진않는다.
축농증은 항생제 등 약물로 치료하지만, 약물치료를 해도 3개월 이상 증세가 지속된다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잇몸 윗부분을 절개했지만 요즘은 간편하게 코 내시경으로 수술을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학 교수는 “코 내시경 수술은 질환 부위를 내시경으로 직접 관찰해 시술함으로써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어 회복이 빠르고 재발률도 적다”고 말했다.
간단한 국소마취를 거쳐 한쪽 코를 시술하는 데 30~40분 정도 걸리며 수술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다만 급성 축농증은 4~6주 정도의 약물 치료로 잘 낫는다.
겨울철마다 편도선염을 앓거나 평소 편도선 비대로 수면 중 호흡 곤란을 겪는 아이들은 수술도 고려해 봐야 한다.
미래이비인후과 송병호 원장은 “초등학교 다닐 나이가 되면 면역을 담당하는 편도선이 거의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에 편도선이 자주 감염되면 제거 수술을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편도 제거수술을 하면 중이염도 예방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만성 비염)은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나 열은 없다. ‘감기를 달고 산다’ 싶으면 알레르기성 비염인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오랫동안 앓으며, 재발도 잦다는 특징이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실내 습도를 높이고, 코가 막히지 않도록 코 속에 약을 뿌려 넣는 치료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심하게 앓으면 비후성비염으로 발전해 코가 항상 꽉 막히게 되므로 레이저 등으로 콧속의 살을 자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과질환
초등학생은 치아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충치의 통증이 사라졌다고 치료하지 않았다가는 신경세포가 죽을 수도 있으므로 충치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충치는 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받는 게 좋다.
서울대 치과병원 이상훈 교수는 “6세 무렵 나기 시작하는 어금니는 평생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중요한 치아이므로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구치가 났을 때 치과를 찾아 썩기 쉬운 이빨 표면의 오목한 부분을 실란트로 메우고 치아 표면을 불소로 씌워주면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치열이 고르지 않으면 아이가 소극적이 되기 쉽다. 치열 교정은 신체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기 전인 초등학교 3~4학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빨이 비뚤어졌거나 윗니와 아랫니가 닿지 않는 부정교합은 보기 흉할 뿐 아니라 발음이 나빠지고 음식물도 잘씹지 못해 위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부정교합은 성장기에 교정을 시작해야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는다.
턱뼈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12세 전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과질환
시력검사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시력 이상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근거리 시력이 정상인 근시는 독서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사물이 크게 보여서 세밀한 작업까지 할 수 있어 이상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조윤애교수는 “시력 이상을 교정하지 않으면 두통, 안통, 눈꺼풀 자극, 눈부심 등의 증상이 생기고, 난시는 눈의 피로감을 지속시킨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력검사를 해보고 이상이 있으면 방학을 이용해 시력을 교정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라식수술 등 시력교정술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눈을 자주 비비거나 통증을 호소하면 속눈썹이 눈을 찌르는 안검내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안검내반은 각막손상뿐 아니라 심하면 각막혼탁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학을 이용해 수술을 받는 게 좋다.
■기타 질환
정신이 산만하고 한 가지 일이나 놀이에 집중을 못하며, 정신없이 돌아 다녀서 부산스런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 장애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다.
겨드랑이의 피하 지방층에 땀샘이 지나치게 많아 생기는 액취증은 중ㆍ고교 시절 사춘기 때 내분비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두드러진다.
피부 밑의 땀샘을 제거하는 1시간 정도의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수술 후 3~4주 동안은 과격한 운동을 삼가야하므로 겨울방학이 수술의 적기다.
흉터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제거해 주어야 성격 장애 등을 막을 수 있다.
흉터 제거 수술을 하면 정상 피부색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직사광선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하는 게 좋다.
자녀가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면 척추가 휘는 측만증일 수 있기 때문에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한다.
실제 초등학생 가운데 11.5%가 측만증 초기증상이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특별한 이유없이 자녀의 잔병치레가 부쩍 잦아졌다면 종합건강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비만,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방학 중 어린이 건강관리 10계명
1. 생활계획표를 여유있게 짜서 실천하고 아침 기상과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2. 독서를 권장하고 컴퓨터 게임과 비디오나 TV를 너무 많이 보지 않도록 한다.
3. 새로운 취미나 예술 활동을 배우고 즐기도록 한다.
4. 가족과 대화하며 같이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5. 의복은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다.
6. 초등학교 고학년생은 가능한 한 낮잠을 자지 말고 자더라도 20분 이상 자지 않는다.
7. 잠들기 1~2시간 전에 음식을 먹지 않고 잠들기 전에 꼭 양치질을 한다.
8.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한다.
9. 자주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한다.
10. 기름기 있는 음식,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
/ 권대익기자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