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대외지불유예) 선언으로 연말 국내 금융시장에 또 한차례 한파가 예상된다.물론 아르헨티나 사태가 국내 금융ㆍ실물경제에 미칠 직접적 피해는 아주 제한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작년말현재 우리나라의 총수출과 수입에서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3%, 0.1%, 직접투자비중 역시 0.4%에 불과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의아르헨티나 여신(채권투자 포함)도 전체의 0.9%인 1억3,0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대금결제지연이나 금융기관들의 손실액은치명적 수준은 아니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하지만 직접 타격 보다는 국제 금융시장을 경유해 미칠 ‘간접 폭풍’의 위력이 훨씬 커 보인다. KIEP 김원호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 사태가 국제자본의 신흥시장 투자기피→신흥시장자본이탈 가속화→국제금융 경색→세계경제 침체 장기화의 연쇄작용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통되고있는 신흥시장 채권중 아르헨티나물(物)의 비중은 25%에 달하고 있어 이번 사태는 국제 채권시장에 일시적 마비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국제금융계는 비록 아르헨티나 ‘악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는 하나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당시 러시아의 채권시장 비중이 15%였던 점을감안하면, 파장은 당시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외적 신용도 개선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여전히 ‘신흥시장’에 속한다. 국제금융시장에정통한 한 은행관계자는 “혼란상황일수록 신흥시장 채권들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며 “비교적 경제여건이 건실한 한국이 다른 신흥시장국가들과확실하게 차별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보다는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도 함께 낮아질 공산이 더 크다”고 말했다.KIEP 역시 아르헨티나 사태가 가져올 신흥시장의 입지약화의 불똥이 우리나라로도 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남미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미국경제의 회복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의 재채기’에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바이러스 효과도 예상된다. 미국증시악화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의 동요, 증시혼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신흥시장국가로서 국제조달금리상승에 따른 국내금리의 동반상승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외평채가격의 약세도 불가피해보인다.
특히 엔화약세의 부정적 파장과 맞물릴 경우 국내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아르헨티나 모라토리엄 사태에 따른 국내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책반을구성, 24시간 점검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이르면 24일중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국제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따른 비상대책(컨팅전시플랜)도마련할 계획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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