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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선박 발견서 침몰까지…일본 48년만에 첫 선체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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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선박 발견서 침몰까지…일본 48년만에 첫 선체사격

입력
200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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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 자위대 소속 P3C초계기는 21일 오후 4시께 가고시마(鹿兒島)현아마미오시마(庵美大島) 북서쪽 약 150㎞ 해상에서 수상한 어선을 발견했다.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속한 공해였다. 100톤 규모인이 선박의 갑판 위에 어구가 없었고 선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선체를 촬영, 분석 결과 1999년 노토(能登)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공작선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해상자위대는 22일 새벽 1시 10분 해상보안청에 이를 통보했다.

해상보안청은 순시선 25척과 항공기 14기를 동원, 즉각 추격에 나섰으며 해상자위대도 이지스함 ‘곤고’와 호위함 ‘야마기리’를 파견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오전 6시20분께 괴선박의 위치를 확인했다.

낮 12시48분께 아마미오시마 북서쪽 324㎞ 해상에서 괴선박에 접근한 순시선 ‘이나사’는 일본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정선을 명령했으나 괴선박은 시속13~18㎞로 서쪽으로 달아났다.

‘이나사’는 오후 2시 36분께 공중과 해상에 위협 사격을 가했으나 괴선박은 그대로 중일 EEZ 경계선을 넘어중국측으로 달아났다.

‘이나사’는 이를 추적, 오후 4시 16분께 선미를 향해 11차례 사격했다.

이 사격으로 괴선박은 전방 갑판 부분에 화재가 발생, 일단 정지했다. 불길이 잡힌 5시 53분께 괴선박은 다시 달아 났으나 순시선 ‘기리시마’가선체에 접근, 강제로 정선시켰다.

순시선 4척이 괴선박을 에워쌌고 괴선박은 밤 9시께 재차 도주를 시도했으나 9시35분께 순시선들의 사격을 받아다시 멈췄다.

이어 밤 10시께 해상보안관이 승선해 조사하려는 순간 괴선박 승무원들이 순시선을 향해 자동소총을 ‘아마미’등 순시선 3척에 난사했으며 ‘아마미’에 타고 있던 해상보안관 2명이 부상했다. 순시선들이 대응 사격을하자 괴선박은 밤 10시 13분께 침몰했다.

이날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선체사격은 1954년 구 소련의 선박에 대한사격 이래 48년 만에 처음이다.

11월 자위대법과 함께 개정된 해상보안청법은 승무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선체 사격도 인정하고 있으나 일본 영해로 범위를 한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선체 사격을 ‘정당 방위’를 주장하고 있으나 괴선박 승무원이 자동소총 공격 이전의 선체사격에는 적용하기 어려워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北·日관계도 '좌초'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22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사격으로 침몰함으로써 북일 관계는 더욱 얼어붙게 됐다.

북한측은 앞으로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 분명하며, 1999년공작선 침투 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일본 국내 여론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이래 중단된 양측의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당분간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물밑 접촉조차도 어려워졌다.

이번 사건은 조선적십자회가 17일 북일 관계의 주요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한 조사 작업의 전면 중단을 선언, 양측 관계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빚어졌다.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측의 성의 있는조사는 수교 교섭의 연계고리였으며 일본측의 대북 쌀 지원에 대한 유일한 반대 급부였는데 이를 중단함으로써 일본 국내에서 대 북한 비판론이 고조됐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북한의 중단선언이 조총련계 신용조합의 자금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가 조총련 중앙본부에까지 연결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반대로 북한측이 대화의 의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들은 신용조합 수사가 대북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조선적십자회가 조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추가 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희망’도 가질 수 없게됐다.

해상 경비태세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의 직접적 계기가 1999년 공작선 침투 사건이었던 데다, 이를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에 처음적용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괴선박을 즉각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했다.

선체가 침몰,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단정으로 북한측의 명백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이를 인정하고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 또 하나의 풀기 어려운 현안으로 등장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침몰한 괴선박은 어떤 배

괴선박은 1999년 일본 영해에 들어왔다가 북한으로 달아난 공작선과 매우 흡사하다.

우선 어선을 위장하고 있으면서도 어구가 너무 적었고 좌현에 ‘장어(長漁) 3705’라는 선박명이씌어 있었지만 이런 이름으로 등록된 일본 어선은 없었다.

99년의 공작선에는 등록이 말소된 선박명이 적혀 있었다.

선체가 앞쪽으로 기울어 있고 선미중앙에 좌우로 문이 열리는 공간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박의 구조는 선미에 실려 있던 엔진을 앞쪽으로 옮겨 선미에 공간을 만들고 공작원침투용 반잠수정 등을 실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공작선은 엔진 2기를 달고 35노트 정도로 달리는 데 비해 이번에는 약 절반의 속도밖에 내지못했다.

99년의 공작선과 달리 공작원의 직접 침투보다는 공해상에서의 정보 수집, 귀환 공작원과의 공해상 접선 등이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괴선박이 침몰한 것은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선체사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승무원들의 ‘자폭 침몰’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

인양된 승무원의 사체에서 한글로 쓰여진 구명재킷이 발견된 점도 결정적인 단서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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