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월드컵 조직위원회(KOWOC)는 24일 오전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를 잇달아열고 최근 갈등을 빗고 있는 정몽준-이연택 공동위원장 문제에 대한 최종 대책을 내놓는다.최근 조직위 감독부서인 문화부의 남궁진 장관이 두 위원장을만나 역할분담을 논의하고, 조직위 운영체제를 ‘사무총장 중심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나 조직위 집행위에서 어떤 결정이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특히 축구협회는 어떤 식으로든 공동위원장제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집행위에서 거센논란이 예상된다.
▼갈등의원인
공동위원장의 갈등은 결국 제도문제에서 생긴 것이다. 당초 공동위원장제가 출범할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영향력이 강한 정몽준 위원장이 대외문제, 행정통인 이연택 위원장이 국내 행정문제를 담당하는 등 명확한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 정리 없이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갈등이 증폭됐다.
특히 간부들의 출장 건을 결재할 때도 두 사람의 의견이 달라 일정이 조정되는등 결재순서에 따라 업무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또 각종 공식행사에서 의전문제로 잡음을 노출하곤 했다. 특히 최근의 갈등은 본선 조추첨이끝난 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 문제 때문에 터져 나왔다.
일등석에 앉은 정몽준 위원장과 FIFA귀빈과 달리 일반석에 앉게 된 이연택 위원장이크게 반발했고, 17일 축구협회가 결의문을 통해 공동위원장제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론화됐다.
▼시각의차이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동위원장의 업무에 대한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일례로 정 위원장이 월드컵 개막식때 일왕의 방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에 반대해 왔다. 또 지난 5월31일의 월드컵 개막D-1년 기념 대형 콘서트 개최문제도 예산낭비를 이유로 정몽준 위원장이 반대함으로써 무산됐다.
두 위원장의 입장차이에 따라 조직위는 업무에 큰혼선을 빗고 있다. 여기에 간부들 사이에서 파벌이 조성되고 있다는 심각성도 제기된다. 공동위원장의 갈등표출은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불거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힘을 합해도 모자라는 데 두 위원장이 주도권 문제로 지저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비난했다.
▼24일의 집행위원회
정부는 조직위 운영을 사무총장 중심제로 바꾸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조직위원장갈등문제 대책은 24일의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에서 결정된다. 조직위 내부에선 사무총장 중심제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합리적이고 신속한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다른 시각이다. 제도적인 모순이 잠재하는 한 문제는 해결될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전무는 “단일 위원장제가 아니면 두 위원장간에 서열이라도 정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협회는 집행위원회에서 끝까지 공동위원장제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에서협회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위원총회 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집행위원회 위원 수는 21명. 이중 축구계 인사는 정몽준 위원장, 김상진ㆍ오완건축구협회 부회장, 조중연 전무 등 4명이다. 그러나 친 정몽준계 인사를 포함하면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생각하는 ‘사무총장중심제’가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다른나라의 경우
공동위원장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 때가 시초이다. 당시 지방축구협회장출신인 페르낭 사스트르와 세계적인 축구스타 출신 미셀 플라티니가 월드컵 조직위의 수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역할은 명확히 구분됐다. 플라티니가 대외적인 행사의 ‘얼굴마담’이었다면사스트르는 대내적인 행정을 맡아 실질적인 대회준비를 수행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 일본은 단일 위원장제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고 모든업무는 고위 내무관료 출신인 엔도 사무총장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내무관료출신을 임명한 것은 월드컵이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한것이다.
한국 역시 88올림픽 때 경기국장을 지낸 내무관료 출신인 문동후씨가 사무총장을맡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재권은 두 공동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사무총장중심제로 공동위원장의갈등을 풀어가려는 것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역대 월드컵대회는 물론 일본 역시 사무총장 중심제로 운영고 있어 관례적으로도 맞기 때문이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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