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지 김 피살사건' 과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의 죽음'에 대한 신문보도를 접하면서 새삼 국가란 무엇이고, 기본적 인권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보게 된다.국가가 형성되면서 국가 내에 있는 모든 권력을 국가에게 부여한 것은 국가가 그 권력을 정당하게 잘 행사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권력은 국가가 갖고 있어도 속성상 항상 남용의 여지가 있기에, 국가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누어 상호 견제하도록 장치를 해 둔 것이다.
국가권력의 남용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침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특히 중요시된다.
검찰이 수지 김 사건을 재수사해 이무영 전 경찰청장, 김승일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을 구속하고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서울대 최 교수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 것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기본적 인권의 침해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이같은 사건의 정확한 규명과 처리는 민주국가 존립의 기본이기도 하다.
수지 김 사건을 보면 3가지 중대한 법익이 충돌하고 있다.
우선 국가의 법익, 즉 국익이다. 남북한이 대치한 상황에서는 안보가 중요한 국익일 것이다.
헌법에도 중대한 국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인권 중 본질적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하여야 할 것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정권의 이익과는 명확히 구별되어야 하고, 이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라는 것은 사건의 내용이 진실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을 보면 수지 김 피살사건은 국익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반공논리가 득세하던 5공화국 말기 당시의 '유성환 의원의 국시논쟁' '문익환 목사 밀입북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5공정권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가 상당히 조사를 하여 남편 윤태식씨가 수지 김을 살해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돼 이를 그대로 방치해 온 것은 명백한 국가권력의 남용이다.
또한 정권이 바뀐 후에 재수사를 하는 과정에 이를 부당하게 중단시키려 한 이씨, 김씨는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인 수지 김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직ㆍ간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당시 또는 그 이후 은폐를 시도한 관련자들은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법논리상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한다면 검찰이 재수사결정을 한 전 날인 2000년 4월25일부터 국가기관에 의해 불법행위가 행해진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등의 충분한 금전적 배상을 하여야 한다.
또 하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윤 씨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나 검찰이 불공정 수사 시비로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수사기관은 검찰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2~3%만 무죄가 선고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윤씨에 대한 기소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살된 수지 김의 인권 즉 생명에 대하여 생각하여야 한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수지 김은 남편 윤씨에게 살해됐으나, 14,15년간 국가권력에 의하여 부당하게 진실이 은폐되어 온 것이다.
검찰이 재수사하여 진실이 밝혀진 이 사건은 단순히 피의자의 인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피해자 수지 김의 인권이 남편 윤씨와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된것으로 법원은 더욱 신중하게 심리해 판결해야 한다.
정영환 고려대 교수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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