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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다국적거리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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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다국적거리 in Korea

입력
200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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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레스토랑 ‘리틀프랑스’.여기 저기서 한꺼번에 들려오는 말을 듣고 있으면 갑자기 이방인이 된 듯하다. 얼굴과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창가쪽 테이블에 앉은 이탈리아인들은 치즈퐁듀(치즈를 녹여 바게트에 찍어먹는 음식)를 먹으며 떠들고, 안쪽 테이블 한 켠엔 몽골인 3명이 양갈비요리의 달콤한 맛에푹 빠져있다.

리틀프랑스 정상도(33)사장도 “불어와 독일어 등대충 분간이 가능한 경우를 빼면 정확히 어느 나라 언어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실토한다.

메뉴도 다양하다. 칠레와 남아공 손님들은 통후추 스테이크와 양파스프를, 북유럽에서 온 듯한 손님들은 ‘집시풍 퐁듀(육수에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익혀 5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를 주문했다고 그는 설명한다.

마치 거대한 용광로처럼 다국적문화가 함께 어울리는 곳은 서울의 다국적 거리 ‘한남동 독서당길’이다.

한남네거리에서 옥수동 방면으로 올라가는 이 언덕길 좌우엔 멕시코 몽골 인도 이탈리아 이집트 등 각국 대사관 10여곳이 자리를 잡고 있고 길목의 유엔빌리지에도 20여국의 대사관저가 모여 있다.

또 블루스푼, 뉴욕스테이크하우스, 마루등 외국인 취향의 음식타운도 형성돼 있다.

다국적거리는 인종 전시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한 가나대사관에선 흑인이, 바로 옆의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선 금발의 미녀가,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선 동남아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이 점심을 즐기는 웨스턴차이나의 지배인 배미동(35)씨는 “6,000원짜리 잡채밥과 육회는 동양계 손님들의 단골메뉴이고 유럽쪽 사람들은 닭고기 종류를 즐겨 찾는다”고 귀띔했다.

테이크 아웃(포장해서 갖고 가는 것)주문도 주로 유럽인들에게서 나온다고 한다.

독서당길의 이국적 풍물은 주한 멕시코대사관 좌측에 있는 갈색의 흉상 조각에 이르면 더욱 고조된다.

이 흉상의 주인공은 19세기 멕시코 대통령으로 14년간 재임한 베니토 후아레스다. 멕시코시티가 서울시와의 우호증진을 위해 기증했다고 한다.

또 주한 리비아대사관 앞에는 두 손을 모아 머리위로 치켜든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다.

리비아대사관의 문화공보관시데위 얼라위(42)는 “주한공관들이 모여 서로 돕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 거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주한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서울의원(Seoul Foreign Clinic)도 가나대사관 곁에 있다.

외국인 전용 병원답게 4층짜리 병원건물안에는 모든 게 영어로 씌어 있고, 기다리는 환자도 전부 외국인이다. 의사와 간호사 영어로 진료한다.

독서당길이 다국적거리로 변한 것은 스페인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25개국의 대사관저가 밀집한 유엔빌리지 때문이다.

유엔빌리지는 원래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고급장교들의 관사가 자리했던 곳.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등 경치가 아주 수려해 1950년대 후반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한 유엔군과 외국인 기술자들을 위한 주거지로 조성됐다.

당시로서는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춰지은 유일한 곳이었기에 주한 외교관 등 많은 외국인들이 앞다퉈 입주했다.

관리소 직원 김모(50)씨는 “지난달 멕시코대사관저가 성북동으로 이사갔지만 아직도 단지 안에는 모로코와 루마니아 대사관 등 많은 주한 외국공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변에 3~4층짜리 빌라가 자꾸 지어지는 바람에 정원이 넓은 저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성북동쪽으로 떠나는 추세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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