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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순수의 극치'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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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순수의 극치'를 맛본다

입력
200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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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강충모(41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바흐 건반음악 전곡 연주가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1999년 4월부터 5년간 10회로 계획한 시리즈 중 여섯 번째로 ‘평균율곡집 1권’을 28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바흐의‘평균율곡집’은 ‘건반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위대한 작품이다.

1권과 2권이 있는데 각각 한 옥타브 안의 12개 음을 으뜸음으로 해서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뽑아낸 24곡으로 돼 있다.

이번 무대는 바흐 대장정의 하이라이트다. 그는 “전곡 시리즈를 시작한 것도 평균율곡집을 위해 서”라고말한다.

“바흐의 ‘평균율곡집’은 대학 시절부터 언젠가 꼭 하고 싶었는데, 감히 엄두가 안 났지요. 악보를 보니 첫 페이지부터 섣불리 손댈 게 아니구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바흐의 다른 작품부터 쭉 공부하다 보니 전곡 연주를 하게 된 겁니다.”

그의 바흐 시리즈는 그 동안 ‘파르티타’ ‘프랑스 모음곡’ ‘인벤션’ ‘골드베르크 변주곡’ ‘영국모음곡’을 지나왔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번 ‘평균율곡집 1권’도 외워서 친다. 연주시간 2시간에 24곡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다.

선율이 여러 성부로 나뉘고 각 성부도 따로따로 진행되는 이 정교하고 복잡한 곡을 암보로 연주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왜 이런고생을 하는 것일까.

“현대음악은 악보에 작곡가의 요구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바흐의 악보에는 음표밖에 없어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연주자의 상상력과 바로크음악을 얼마나 아느냐에 달려 있지요. 곡의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데, 악보를 보면 집중력이 흩어집니다. 암보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설령 연주하다 삐끗하더라도 말이지요.”

바흐 시리즈를 하면서 그는 바흐의 다양한 면모와 위대함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한다.

“바흐는 모든 작품의 끝에 ‘오직 하느님께 영광을’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신과 인간을 음악으로 이어주는 중개자인 셈이지요. ‘파르티타’는 바흐의 내면고백처럼 인간적이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단순한 하나의 주제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그리고 ‘평균율곡집’은 순수함의 극치입니다. 마음의 평정이랄까, 인간 본연의 상태가 담겨 있는 곡이지요.”

5년에 걸친 그의 바흐 시리즈는 2003년 12월 ‘평균율곡집 2권’으로 끝난다.

그 때까지는 오직 바흐에 빠져 지내기로했다. 협연 등 다른 무대는 가끔 하는 외출 정도로 줄인다. 바흐 여행의 꼭 절반을 지난 지금 그는 힘들고 외롭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꼭 바흐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느낌입니다. 바흐 때문에 5년간 참 외롭게 사는구나 싶은 게 왜 이걸 시작했나 하고 후회도 많이 했지요. 그러나 그 너른 바다에서 혼자즐기고 괴로워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자유를 생각하면 의미 있고 행복한 작업이지요.”

공연문의 (02)780-5054

사진설명 강충모는 말한다. “바흐는 연습할때는 고역이지만 연주에 빠져드는 순간 고독한 희열을 느낀다.”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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