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세포 덩어리가 툭툭 뛰는 것 보이시죠?”대표적인 줄기세포 연구기관인 서울 신설동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에서 박세필(41)소장이 보여준 심장 줄기세포의 모습이다.
박 소장은 건국대에서 생식세포학,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전공하고 1995년 소장으로 부임했다.
현재 연구원 18명과 함께 불임치료 전문 마리아병원에서 확보한 잉여 수정란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임치료를 받는 부부는 체외수정으로 4~5일 발아시킨 수정란을 몇 개 만들어 자궁에 안착시킵니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수정란을 5년간 영하196도에서 냉동 보관하지요. 5년 후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으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 수정란을 폐기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확보한 연구용 수정란은 해동 후 하루가 지나면 냉동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다음에는 수정란에서 내부세포를 떼어내야 한다. “4~5일 발아된 수정란은 한 쪽 벽에 세포덩어리가 뭉쳐 있는 상태입니다. 이 내부세포가 인간의 장기로 발달하는 줄기세포를 품고있지요.”
이 작업은 고난도의 섬세함을 요구한다. 그래서 마우스 파이펫(pipett)이라는 도구를 입으로 후후 불어서 가는 핀을 움직여 내부세포를 떼어내도록 한다.
떼어낸 내부세포에 수정란에 있는 다른 물질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면 연구는 실패다.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해 발아시키는 영양배엽 세포가 내부세포에 남아 있으면 바로 줄기세포 단계 이상으로 분화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영양배엽 세포만을 죽이는 특수 항체물질을 투여한다.
이렇게 해서 깨끗해진 내부세포는 환경을 잘 조절해 주면 장기로까지 분화하지 않으면서 몇 달간 똑 같은 성질의 세포를 증식시킨다. 이중에서 줄기세포를 찾는 것이다.
“심장 줄기세포는 덩어리가 심장 박동처럼 툭툭 튀기때문에 알아볼 수 있고, 신경세포는 특정 물질을 투여하면 색이 변하기 때문에 알 수 있죠.”
환자의 몸에 들어가 심장과 뇌신경을 새로 만들어낼 ‘신의 세포’는 이렇게 창조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