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임기를 절반이나 남겨둔 채 물러난 페르난도 데 라 루아(64)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결국 경제난의 파고를 이기지 못했다.10년을 재임한 카를로스 메넴 정권을 무너뜨리고 1999년 대통령직에 오를 때 만해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바탕으로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었다.
1996년 최초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민선 시장으로 당선된 그는 시 재정적자 6억달러를 청산했으며, 메넴 정권의 경제 실정과 부정ㆍ부패 등에 분노했던 국민들은 그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회복시켜주리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는 경제 정책에서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메넴 정권의 정책을 답습, 국민들의 희망을 저버렸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온건 좌파적 성향으로 특히 중산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으나 경제 위기의 심화로 그들마저 등을 돌림으로써 정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