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1일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청구라는 원칙적 결론을 내린 것은 국민의 극심한 비난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이다.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며 사정작업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록 소액이지만 금품을 받은 것은 국민정서상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삼국지의 고사를 인용하며 영장청구 배경과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이 긴급체포에 의한 사후영장이 아니라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 의한 사전영장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도 이 같은 부담과 검찰선배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고려한 탓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오전까지도 영장청구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제기됐으며 검찰주변에서는 이를 수뇌부와 수사팀의 갈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신 전 차관의 영장청구에 대해 ‘4불가(不可)론’과 ‘4필연(必然)론’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전했다.
불가론자들은 ▦수뢰액수가 차관이상 고위층공무원의 통상적인 구속기준인 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며 ▦옷로비 사건의 김태정(金泰政), 박주선(朴柱宣)씨 구속 때 처럼 수사팀이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했다는 내부비난이 제기될 수 있고 ▦증거라고는돈을 건넸다는 최택곤씨 진술뿐이어서 공소유지가 쉽지않은데다 ▦소액뇌물로 30년 이상 봉직한 검사를 처벌한다는 것은검찰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수사팀 대부분은 ▦이번 수사가 지난해 진승현게이트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서 촉발됐고 ▦신 전 차관을 엄격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며 ▦금품수수사실이 명백함에도 할복자살 운운하는 등 도덕성 비난성이 크고 ▦법논리와 함께 국민감정도 영장청구에 상당히 중요한 참작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영장청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끝에 영장청구에는 이르렀지만 검찰은 이후 신 전 차관을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받아내기까지 힘겨운 걸음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택곤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긴 하나 당사자의 자백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수사팀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신 전 차관은 소환 첫날인 19일만해도 최씨의 진술을 다 받아놓고도 “최씨가 오락가락한다”는 검찰의 연막전술에 걸리는 듯 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찾고 21일 귀가시까지 일관되게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신 전 차관의 자백과 함께 최씨 말고는 금품전달의 목격자가 없다는 것도 수사팀의 고민이다.
최씨는 100만원을 담은 돈봉투를 한꺼번에 3개씩 6차례 전했다고 하나 신 전 차관은 “공개된 장소인 호텔 커피숍과 일식당에서 금품을 받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펄쩍 뛴 것으로 알려졌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