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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기부금품 신고제

입력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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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품 모집규제법과 관련해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두 가지 법안이 상정돼 팽팽히 맞서고 있다.행정자치부 개정안은 기부금품의 사전 허가제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있는데 반해,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의원발의안은 사전신고제를 택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부금품을 사전 허가제로 하고 있어 민간단체의 자율적기부문화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며 신고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반면, 기업체들은 "신고제로 전환될 경우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행위로 기업에많은 부담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박준서(월드비전 후원개발본부장)

1998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경 없는 의사회'가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단체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단체 대표들이 입건되고 최고 3년의 징역, 또는 최고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는 모금을 할 수 없고 모집에 필요한 비용을 총 모금액의 2% 이내로 한정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는 사전허가제와 모집비용의 비현실적 한도(현행2%, 개정안 5%) 유지에 대해서 '무분별한 모금단체의 난립방지'와 '기부금품의 유용방지'라는 이유를 들고있다.

취지와 명분은 훌륭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건전한 민간단체의 활동을 제약하고, 불법단체의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행자부 자료에 의하면 2001년 기부금 모집 허가 건 수가 9월말 현재 총 12건 밖에 되지 않는다.

허가 받지 못한 많은 민간단체들은 목적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거나, 아예 허가를 포기하고 '불법적'인 기부금품모집을 수행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97년에는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 지원본부'가 행자부의 불허처분으로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방송모금프로그램들도 99년, 2000년에는 모집불허 처분에 애를 먹어 지금은 우회적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98년 5월28일 당시 민노총 권영길 위원장의 위헌제청신청 심사에서 "국민들의 기부금품 제공 여부의 선택을 사전허가로써 규제함은 국민의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부가 이 결정을 따르지 않고 계속 사전허가제를 유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모집비용의 경우에도 현행의 2%나 정부개정(안)의 5% 한도는 전 세계 어느 민간 단체들도 지킬 수 없는 비현실적인 수치이며, 감사원조차도 99년도 국내 민간단체감사보고서에서 현실적 비용한도로 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국제적인 NGO인 국경없는 의사회 등도 약 20% 전후의 모집비용을 사용하여 그 투명성을 국제적으로 공인 받고 있다.

따라서 사전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되 모집신고를 할 수 있는 단체의 자격 요건을 규정하고, 모집비용은 20% 전후의 적정성을 부여하되 회계검사 등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한 길이다.

기부의 결정은 국민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고, 단체의 존폐 여부도 국민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민주 국가에서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반대- 홍순영(중소기업 협동조합중앙회 상무이사)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민간단체의 성금 모금활동이 활발하지만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경기침체로 성금모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기업체에 대한 협찬 요청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발적인 기부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개인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부 행위에 종종 권유나 청탁 등 반강제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마침 국회에는 기부금품의 출연 강요를 금지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그동안 준조세적 성격의 기부금품 모집이 기업에게 많은 부담을 준 점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도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는 오히려 기부금품의 모집을 현행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할 경우 기관 및 단체의 무분별한 기부금 모집행위가 성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도 기업체에서는 크고 작은 각종 명목의 기부 요청에 시달린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성금, 기부금 등의 명목으로 제공한 각종 기부금액은 평균 330만원 정도다.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9만여 개를 기준으로 총부담액을 단순 추정해도 3,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이중에는 순수 자발적 동기에 의해 기부하는 것도 있지만 권유나 청탁에 의해 납부하는 금액도 많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주로선 각종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의 기부 요청을 무시할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거절할 경우 돌아올 불이익을 염려해서다. 특히 지방중소기업의 경우 그 지역에 잘 알려져 있고 지역과 밀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부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

물론 재정 형편상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도 민간차원의 기부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부담능력을 벗어나는 기부금의 출연 강요는 경영에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서는 기업이 경영활동에 전념하여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기부금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자율적 기부문화가 정착하기 전까지는 허가제를 골격으로 한현행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은 반드시 유지돼야 하고 기부를 강요하는 행위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차원의 기부를 적극 장려하고 유인할 제도적장치를 마련, 선진적 기부문화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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