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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 이렇게] (3) 김병주 서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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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 이렇게] (3) 김병주 서강대교수

입력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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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못댄 노동개혁 역점을"김병주(金秉柱) 서강대 교수는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 정부에 대한 고언(苦言)을 마다않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경제학자이다.

금융통화위원, 금융산업발전심의위원장, 금융개혁위원회부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에는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장을 맡아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현실 경제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로부터 경제 개혁에 대한 평가와 내년 한해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를 들어 봤다.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미진했던 분야는 무엇입니까.

“노동부문입니다. 목소리 높은 일부 세력에 끌려다니면서개혁은 손도 못댔습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아직 처우 개선이 필요하지만,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ㆍ공기업 노동자들은 이미 좋은 대우를받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농업정책도 단호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고 건강보험, 의약분업 등 공공부문 개혁은 일만 벌여놓았습니다.“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DJ노믹스’가실패했다는 말씀이십니까.

“DJ노믹스는 효율보다 형평을 더 중시하는 ‘대중경제론’이그 뿌리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거치면서 여기에 ‘시장원리’니‘효율성’이니 하는 개념이 접합돼 DJ노믹스가 탄생한 것이죠.하지만 시장경제와 분배정의를 모두 이루겠다는 것 자체가 애매한 것 아닙니까.

지난 4년간의 혼선은 여기에서 비롯된 겁니다.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면 노동이든, 금융이든 시장친화적 패러다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대처리즘을 계승하고있는 것과 비교하면 지금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금융ㆍ기업 개혁쪽은 어떻습니까.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외형적 수치로는 개선되고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사외이사ㆍ외부감사 제도 등 지배구조 선진화는 아직 뿌리를 못내리고 있습니다.

관치금융 개선도 여전히 ‘C’학점입니다. 문서도 없는 지시나 통제, 인사 개입이여전히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적자금 때문에 정부가 질타를 받고 있는데, 관료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관료들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복지부동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소신있게 결정된 정책을 밀어붙이겠습니까.

횡령사실이 명확하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정책적 착오는 처벌의 대상이 돼서는안됩니다. 오히려 감사원 발표에 문제가 많아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물론 실사를 제대로 해 자금 집행도 엄격히 하고, 인센티브 제도를도입해 회수율도 높였다면 좋았겠죠.

하지만 상황이 워낙 다급했다는 점과 출자가 많은 공적자금 성격상 회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합니다.”

-회수율을 높이느냐, 은행 민영화를 빨리 시키느냐도 딜레마인 것 같은데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 일정을 미루겠다면, 백년하청(百年河淸) 입니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못합니다.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 지분을 빨리 처분해야 합니다. 공적자금은 아니지만 국민은행의 정부 지분 10%는 왜 안파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정부가 지분을 통해 금융기관을 통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감독입니다.“

-민영화를 서두르려면 결국 산업자본의 은행소유가 문제가 될텐데요.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금융자본이 어디 있습니까. 산업자본이참여하지 않으면 은행 민영화는 힘듭니다.

자격이 되는 산업자본은 제조업 비율을 줄이도록 해 금융자본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규제는 풀고, 감독을제대로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내년 거시경제 운용기조는 어떻게 짜야 합니까.

“내수부양을 위한 재정정책도 필요하지만, 이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건전한 재정때문입니다.

현재 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건강보험 부실 등에 따른 앞으로의 막대한정부지출을 감안하면 정부는 재정 건전화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경기가 더 나빠지는 조짐이 있고, 물가상승 우려가 없다면 금리인하도 생각해볼 만하지만 내년도 금융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에 둬야 합니다.”

글=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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