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같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정부가 최근 난산끝에 주5일 근무제 시행방안을 잠정확정하고 내년 7월부터 돛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5일 근무, 이틀 휴식’시대가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가 여전히서로의 이해에 따라 반발하고 있지만, 야당이 원칙에 동의하고 주5일 근무가 세계적인 추세인 점 등을 감안하면, 주5일 근무제는 ‘이미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대세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는 장밋빛 미래만은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가생활이 늘고관련산업이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 뒷편에는 계층간 위화감과 소득격차 확대, 노동 비용 증가 등의 음지도 자리하고 있다.
■ 어떻게 변하나
주5일 근무는 개개인의생활과 사회, 산업 전반의 틀을 바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각종 레저활동과 사회적 참여 확대로 삶의 질이 향상되는등 라이프 스타일의 대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급팽창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조직변화 등 산업의 일대 변화도 뒤따를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높은 분야는 문화관광산업. 여가 및 스포츠, 레저, 문화, 예술, 대형 쇼핑몰, 여행, 항공 등이 주5일 근무의 최대 특수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전원주택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수도권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서울에는 전셋집으로 보조 주거지를 두는 형태의 ‘역(逆) 세컨드 하우스’ 바람이 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종교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사찰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불교계는 주 5일 근무제로 포교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반기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 스님은 최근 “주5일 근무제가 확정되면 중앙 종무기관이 선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반면 기독교측에서는 주말 도시공동화 현상의 가속화로 교회가 쇠락할 수 있다며 내심 걱정하고 있다.
■ 양지와 음지
한국노동연구원은 주5일근무제가 되면 일자리 68만개가 새로 생겨 총고용이 5.2% 늘어나고, 근로자 임금은 2.9% 상승하지만 잠재성장률은 5.2%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도입이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로서는 노동비용상승, 생산량 감소, 추가 자본투자가 필요해 경영압박이 예상된다.
1년내내 공장을 돌려야하는 기업은 추가적으로 20%의 인력을 뽑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중소기업들의 90%이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시기 상조’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5일 근무제가 계층간위화감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득이 많은 근로자들은여가 활용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저소득 근로자들에게는 소득 저하라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주5일 근무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5%가 ‘여가를 줄이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원한다’고 답했다. 반면 여가가 더 필요하다는 가정이 21.1%에 그친 점은 예사롭지 않다.
■ 남은 숙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이예정대로 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제 때 시행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노동계는 임금보전의 법제화,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 문제 등을 걸어 강경투쟁 의사를 밝히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재계는 “어려운기업 사정을 외면한 처사”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다.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야당 설득도 과제다.
그러나 정부는현 정권 임기내에 실시한다는 원칙에서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도입일정등 노-사 이견 팽팽
정부가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절충, 정부안을 내놓았지만 노ㆍ사 양측 모두 고개를 내젓고 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정부안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지만 내심노동계는 조속히 시행하자는 쪽이고 재계는 조금이라도 늦춰보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
이러다보니 내년부터 2010년까지로 돼있는 도입일정부터 노사가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 1월부터 전 사업장 실시를, 재계는 내년부터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1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재계의한 축인 중소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연월차휴가일수와 관련해서도노동계는 1년 중 6개월이상 근무자에게 22일을 주고 이후 1년 근속시 하루씩 가산하되 32일을 초과하면 금전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1년 근속시 일률적으로 15일을 주되 1년 미만 근무자는 15일을 월별로 나누어주자는 입장이다.
1주일에 한번씩 쉬는 주휴(週休)와 생리휴가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현행대로 유급화를, 재계는 무급화 및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성수기때 법정 근로시간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대해서도 노동계는 현행 1개월을 고수하고 있고 재계는 1년 이내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황양준기자
■ 주5일 근무' 시행업체 현황
*"노조요구·능력개발" 상당업체 이미 시행'-100인이상 5,053곳중 매·격주 토요휴무 497곳
1999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LG칼텍스 가스에 근무하는 A과장은 토요일이면 늦잠에서 일어나 아침을먹고 곧바로 부인과 함께 영화관으로 향한다.
가격 할인에다 번잡스럽지도 않은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 한주 동안 사용할 생필품 등 장을 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서울 외곽으로 차를 몰고 나간다. 찌든 일상을 말끔히 없애기 위한‘자연학습’이 목적이다.
차를 모는 1~2시간 동안은 가족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산책 등을 한 뒤 좀이른 저녁을 외식으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9시 무렵.
한시간 정도 뉴스 등을 보고 이른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새벽 북한산에 올라야 하기때문이다. 새벽에 가기 때문에 오전에 돌아올 수 있다.
일요일 오후는 순전히 애들과의 시간. 숙제 지도는 물론 컴퓨터 게임이나 바둑 등을 하며놀아준다. 가능하면 월요일 출근을 위해 일요일은 외출을 삼가고 있다.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8월말 근로자 100명 이상 기업 5,053곳을 대상으로 토요 휴무실태를 조사한 결과 9.8%인 497곳이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밝혀졌다.
이 가운데 81곳은 매주, 364곳은 격주, 52곳은 매월 1회 또는 3회 휴무하고 있었다.
토요 휴무 도입 이유로는 ▦근로자 삶의 질 향상(27.7%)▦근로자나 노조 요구(19.6%) ▦능력개발 기회부여(19.1%) ▦생산라인 효율화 및 관리경비 절감(15.8%) 등으로 나타났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주5일근무 외국 사례
*美, 38년 대공황이후 정착, 日, 88년~99년 단계적 추진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지 오래다.
미국은 1938년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양산되자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고용창출을 위해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였다.
1946년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던 프랑스는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12.3%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98년 또다시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주 4.5일 근무제)으로 단축했다.
일본은 장시간 근로를 통해 경쟁력 창출을 한다는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 다소 늦은 88년부터 99년까지 11년에 걸쳐 주당 48시간인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였다.
중국은 시장경제 도입 후 빈부격차 심화 등 개방후유증을 무마하기 위해 95년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바꿨다. 서구 선진국은 고용창출을 통한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권은 국제사회 비판과국민불만 해소라는 동기가 작용한 셈이다.
이를 기준으로 연간 최대 휴일수는 미국과 프랑스가 150일, 독일(140일),일본(139일), 영국, 대만(130일), 홍콩(109일), 싱가포르가 77일 등이다.
정부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는 일요일(52일)과 토요일(52일),공휴일 17일, 연차휴가 상한선 22일을 단순 합산할 경우 최대 143일이 된다.
그러나 식목일(4월5일)과 어린이날(5월5일)을 토요일날로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140일 내외가 될 전망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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