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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7세기 女화가…비운과 감동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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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7세기 女화가…비운과 감동의 삶

입력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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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남성 지배적인 17세기 유럽 화단에서 직업화가로 인정받은 최초의 여성이 있었다. 화가였던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1593~1653)다.

그의 그림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다.

성서에 나오는 미모의 과부 유디트가 적장의 목을 베는 그림이다. 남자 화가들도 즐겨 이 소재를 그렸지만, 아르테미시아의 것은 소름이 끼칠 만큼 끔찍하다.

거기엔 이 아름답고 빼어난 여성의 삶을 비틀어버린 사건이 숨어있다.

열 여덟 살 때 아버지의 동료 화가한테 강간을 당한 것이다. 그는 침묵을 강요하던 사회 분위기를 깨고 용감하게 소송을 제기해서 이겼지만이 일로 로마를 떠나 활동하게 된다. 유디트 그림은 일종의 복수였는지도 모른다.

프랑스 여성 작가 알렉상드라 라피에르의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는 아르테미시아의 삶과 예술을 소설적 구성으로 쓴 전기다.

저자는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런던 등 유럽 전역의 도시를 돌면서 아르테미시아의 흔적을 찾고, 당시 상황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많은 기록과 문서를 꼼꼼하게 수집해서 이책을 썼다.

아르테미시아의 예술적 고뇌를 감동적으로 전하는 한편, 주변 인물과의 갈등과 긴장 관계 등을 통해 16, 17세기의 유럽 역사와 바로크미술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까지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뜨겁고 감동적이며 깊이가 있다. 소설적 재미와 치밀한 고증을 훌륭하게 결합한 매혹적인 독서물이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및 예술풍속사로도 손색이 없다. 번역을 한 소설가 함정임은 유럽으로 날아가 직접 아르테미시아의 자취를 답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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