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때 터키는 1만5,000여명의 병력을 보내 우리나라를 도왔다.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이었고, 전사자만도 1,000명이 넘었다. 50대 이상 장ㆍ노년 세대는 '토이기 병사'라는 말이 귀에 익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터키에 이 은혜를 갚지 못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정부가 감사의 뜻을 표한 일이 없다.
유럽이나 중동지역을 무수히 드나든 대통령이나 총리 외무장관 등이 중도에 한번쯤 들러 볼만도 한데….
■1999년 8월 터키 대지진으로수 만명이 죽고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부는 7만달러를 재난 복구 지원금 조로 보냈다.
이 돈을 받아 든 현지 공관장은 얼굴이 뜨거워 터키정부에 전달하지 못했다 한다.
넌지시 알아보니 가난한 방글라데시도 10만달러를 보내 왔더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부끄러워 한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등이 중심이 되어 모금한 100만달러가 도착한 뒤에야 정부 지원금과 함께 전달해 겨우 체면을 차렸다.
■우리가 남을 돕기에 인색한 것은 대외원조 액수가 OECD 회원국 중 최저라는 최근의 정부 발표에서도 입증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외원조 규모는 2억1,200만달러로, GNP 비중은 0.047%였다.
덴마크(1.06%) 네덜란드(0.82%) 스웨덴(0.81%) 노르웨이(0.8%)에는 물론, 경제 규모가 우리와 비슷한 스페인 호주보다 적다.
우즈베키스탄에 대외협력 차관사업으로 제공한 교육용 기자재가 계약과 다른 저질품이라고 배상요구를 받기도 했다.
■7만달러면 돈 얻으러 오는 가난한 나라 정상들에게 주는 용돈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보다 적은 돈을 6ㆍ25 참전국에 원조금으로 보내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으니 이런 망신이 없다.
당국자들은 예산사정 타령이지만, 그 항목을 늘리자는 목소리는 그 뒤에도 들어본 일이 없다.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성 지역사업 예산한 항목만 줄여도 그런 망신은 면했을 것이다. 은혜를 모르는 나라의 국민이 외국에 그런 대접을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제 나라의 품위도 좀 살필 때가 되었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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