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이야기“내가 시를 한 십여 년 안 썼다고 하지만 무척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속에서 뭔가 북받쳐 올라 시를 안 쓰면 못 견딜 때가 있었습니다.”
신경림(66) 시인은 등단 직후 시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낙향했다.
10여 년 세월을 시골에서 살면서 그는견딜 수 없는 심정에 두 편의 시를 썼다. ‘눈길’과 ‘그날’이었다. 시집 ‘농무’가 농민의 저항 의식을 그렸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 게 아니고 농촌에 살면서 농민들이 갖는 어떤 농촌적인 정서,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 남과 함께 하는 삶…이런 것들을 시로서 한번 표현해보고자 했던 거지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시인은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문학 이야기를 따뜻하게 고백한다.
많은 작가들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금요일의 문학 이야기’ 강단에 섰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삶의 갈래길, 문학에 대한 치열한 열정과 체험이 육성으로 전해졌다.
‘나의 문학 이야기’(문학동네 발행)는 ‘금요일의문학 이야기’ 강연 중 17명 작가들의 원고를 모은 것이다.
작가가 얘기했던‘문학하기의 기쁨과 괴로움’이 글로 옮겨졌다. 어떤 사람은 문학에 빠져버린 첫 경험부터 문학 이야기를 하는 강연장에 서기까지 긴 여정을 ?f는다.
또 어떤 사람은 문학의 길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잡이가 될 만한 말을 고른다. 신경림 시인이 전하는 시집의 메시지는 기왕에 알려진것 보다도 넓고 크다.
이문구(60)씨가 문학을 선택한 동기는 적나라한 것이다.
“문학은 빨갱이 자식이라는 멍에를 진 자신이 개죽음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편이었다”고 이씨는 털어놓는다.
어렸을 적 고은(68)시인은 별이 먹는 것인 줄 알았다. 별을 따서 먹으면 배가 부르겠다고 생각하고, 고모에게 “별 따줘, 별 따줘”하고 졸랐다.
시인이 된 다음에 옛 기억을 떠올리고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시인이라면 별을 꿈꾸는 대상으로 노래해야 하는데, 나는 별을 밥으로 알았으니 얼마나 무식한 체험입니까.”
이제 시인은 이런 부끄러운 체험을 ‘자랑할 정도로’ 얘기한다.
별이 밥으로 보일 만큼의 물질적인 절실함은 정신적인 절실함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제하(64)씨는 현역작가들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원로 소설가의 날카로운 지적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 것처럼 아프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일반적이고 사무적인 언어를 빌려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징징 우는 작품을 너무 많이 너무 흔하게 대하다 보니 이젠 이런저런 신세타령 문학에 혐오감마저 입니다.”
이씨는 “당대가 저널리즘 언어만 요구하고 독자가 더 깊은 이해를 알려 하지 않을 때 문학은 질식한다”고 했다.
숨막혀 괴로운 문학을 위해 강단에 선 작가들은 문학과 독자 사이를 흐르는 큰 강에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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