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5년 12월21일 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62세로 작고했다.보카치오는 다른 무엇보다도 단편소설집 ‘데카메론’의작가다. 단테의 ‘신곡(神曲)’에 견주어 흔히 ‘인곡(人曲)’이라고도 일컫는 이 작품집은 보카치오가 1349년부터 1351년 사이에 쓴 것으로, ‘10일간의 이야기’라고 번역된다.
첫째날의 이야기를 1348년의 페스트에 관한 기술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 무시무시한 돌림병을 피해서 피렌체 교외의 별장을 찾아든 일곱 여자와 세 남자가 오후의 가장 더운 시간에 나무그늘에모여 앉아 하는 열흘간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한 사람이 한 가지씩 하루에 열 가지의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하느님에 대한 외경으로 금요일과토요일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데카메론’은 12일 동안에 구술된 100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카메론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과 지혜다. 그 사랑과 지혜는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철저히 세속적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들이 다양하게 위장되고 억제된 채 표현된다.
지혜를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악당의 간교함에서 기사의 현명함에 이르기까지 지혜의 모든 단계가 관찰된다.
사랑과 지혜라는 주제는 또 한 이야기에서 서로 교차하기도 한다. 이작품은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주의자들로부터는 냉담한 반응을 얻었지만 일반 대중으로부터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데카메론’은또 작자가 근무하던 바르디 은행의 지점들을 통해서 삽시간에 외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설화 형식의 단편문학은 오래도록 이탈리아어 산문의 전범이 되었다.
보카치오는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그는 평생 단테를 숭모해서 ‘단테전’을집필하기도 했고, 만년에 피렌체의 교회에서 ‘신곡’을강의하기도 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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