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친일인명사전은 역사 바로세우기"…편찬위원장 이만열교수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은 역사 바로세우기"…편찬위원장 이만열교수 인터뷰

입력
2001.12.21 00:00
0 0

최근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이사장 조문기ㆍ독립운동가)이라는 범국민적 단체가 발족했다.대학 교수 1만여 명의 서명과 2만여 시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내외 양심적 지식인 1,500여 명과 135개 단체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 재단은 이 땅에 암 덩어리처럼 남아 있는 친일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사업이 ‘친일인명사전’(가칭)을 만드는 것이다. 재단 산하기구인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만열 숙명여대 역사학과 교수를 만났다.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은 해방 정국에서 반민특위가 실패한 ‘친일파척결’을 다시 시도하자는 것입니까.

“친일파 문제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반민특위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적 ‘처단’이나 ‘단죄’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해결의 방식은 다릅니다.”

-지금 이 시기에 친일인명사전을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우리 사회는 정의가 승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역사허무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그 근원에는 친일파 문제가 있지요. 친일파들은 광복 후에도 오히려 기득권 세력으로 행세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잘못된 과거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지요. 사전 편찬은 우리 시대의 잘못된 문제를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친일파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전에 수록할 방침인지요.

“그 점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친일파의 정의와 유형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공청회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일파는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 및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의식적으로 협력한 자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민족에게 직ㆍ간접적인 피해를 끼친 행위자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직책, 소속 기관을 위주로 접근하고 개인의 사상 경향과 실제 행위를 판단해 정리할 방침입니다.

대상자 일생의 자취를 모두 취합ㆍ정리해 총체적으로 분석ㆍ평가해야겠지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근거를 갖고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억울한 경우가 생겨서도 안되고, 면죄부를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아직도 이 사회에서 힘을 갖고 있는 친일파나 그 후손들의 저항으로 사회적 갈등양상도 예상되는데….

“우리는 심판자의 위치에 서 있지 않습니다. 잘못된 역사와 정신문화를 바로잡자는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를 정리했더라면 지금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친일파와 그 후손이 받을 수 있는 불편은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일파의 후손들도 이 작업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긴 안목으로볼 때 그것이 조상을 돕는 길입니다. 정리함으로써 역사와 화해하고, 더 이상의 갈등을 없애야지요.”

-친일파의 역사와의 화해란 무슨 뜻인가요.

“화해란 역사적으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언급하지않는 것입니다. 반민특위가 성공했다면 지금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편안히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활동에 어려움은 없습니까.

“민간 차원에서 이런 작업을 해내기에는 경비를 비롯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출판비를 제외하고도 필요 경비가 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단(02-969-7092)은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한 국민모금의 허용과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한 특별입법을 위한 국회청원 국회청원을 준비중입니다. 또 지적하신대로 잘못하면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전은 언제 완성됩니까.

“3년 계획(2004년까지)을 세워놓고 있는데 3~5년 내에 정리되면 만족입니다.”

-큰 일을 맡아 부담이 크겠습니다.

“역사가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민특위란?

일제에 협력해 민족에 해악을 끼친 친일파들을 척결ㆍ처벌하기 위해 1948년10월 국회에 설치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약칭.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 통과 이후 49년 1월부터 본격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친일파출신을 요직에 중용한 이승만 정권의 집요한 방해로 49년 6월 경찰의 반민특위 습격사건, 국회 프락치사건 등을 거치면서 결국 중도에 해체됐다.

반민특위는 짧은 기간에 총 682건을 조사해 기소 221건, 재판부 판결 40건, 체형 14건의 성과를 냈으나 현대사의 ‘잘못끼운 첫 단추’로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만열 교수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민족의 화해와 반성을 위한 역사정리작업”이라고 말했다.

글 김철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