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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달라" 아르헨 국민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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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달라" 아르헨 국민 분노 폭발

입력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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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국민의 분노가 폭발,아르헨티나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었다. 지난주말 경제난에 찌든 일부 지방에서 발발한 소요사태는 순식간에 수도권 등 전국으로 번졌다.18일 밤부터는 폭도화한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시정부 청사를 점거하는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19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을 동원,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으로 강제 진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날오전에는 승용차에서 내리던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이 군중으로부터 아유와 함께 계란과 돌멩이 세례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시위 군중의 주력이초인플레와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한 중산층이라고 전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주의 상업도시 로사리오에서 첫 소요사태가 발생한 이후 4일만인18일 오후 북부 엔트레리오스주의 콘셉시온 데 우루과이 등에서는 대대적인 약탈이 자행됐다.

실업자와 영세민 등 1,000여명은 상점의 셔터와 유리창을부수고 빵과 고기, 포도주 등 생활필수품을 들고 달아났다. 북부 산타페주에선 15세 소년이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한 남자가상점주인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수도권 산 미겔과 산 이시드로, 모레노등 상업도시에서도 약탈이 잇따랐다. 산 미겔에서는 대형 슈퍼마켓에 난입한 시민들이 “우리에겐 직업도 없고,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살만한 돈이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산 미겔 한 곳에서만 40개의 상점이약탈 당했다. 모레노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산 이시드로의 일부대형 슈퍼마켓들은 빈민층에 식료품 등 생필품을 무상으로 나눠주며 약탈하지 말라고달래기도 했다. 식품을 들고 달아나던 소냐 아리스티시라는 시민은 “죄책감은 들지만 우리는 굶주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 라 루아 대통령과 도밍고카발로 경제장관의 고향인 중부 코르도바주에서는 주 정부청사에 근로자들이 난입, 불을 지르는 등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번 소요사태는 노총과 근로자연맹이13일 데 라 루아 대통령 취임이후 7번째로 총파업을 벌이면서 촉발됐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부에노스라이레스 외신=종합

■경제 붕괴·정치혼란 禍불러

*실업률 35%·외채 눈덩이

국가비상사태로까지 비화된 아르헨티나의소요사태는 텅 빈 국고와 막대한 외채, 침체된 경제, 정치적 혼란 등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복합 위기이다.

아르헨티나는 1989년에도 연간5,000%이상의 초 인플레로 무정부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침체와 최악의 실업률, 1,320억 달러의 막대한 외채 상환 부담 등은 국민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 정부는2년전 카를로스 메넴 정부로부터 빈털터리 국고를 넘겨받았다. 메넴 전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 대부분의 국영기업을 민영화, 400억달러의외화를 끌어들였지만 절반가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재정적자가 계속되자 메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 (IMF)등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었고 외채원리금 상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97년 외환위기로 경제침체가 본격화 했다.

위기에 몰린 데 라 루아 정부는IMF의 요구에 따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9번이나 긴축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임금 인하와 연금 축소, 예금지급 부분동결 등으로 중산층이 대거빈곤선상에서 허덕이게 됐다. 한 때 남미에서 가장 두터운 중산층을 자랑했던 이 나라는 요즘 매일 2,000명 꼴로 생활수준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고있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내수가 줄어 수많은공장이 문을 닫았고, 외국인 투자가들마저도 자본을 철수하면서 실업률이 공식적으로 18.3%, 잠재실업을 포함할 경우 35%에 이르게 됐다. 국내총생산(GDP)은최근 3년 동안 12%가 줄었고 투자는 35% 감소했다. 7월 이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를 기록하고 있다. IMF의 지원 없이는 외채 상환도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월가의 분석가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상황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일지

▦1983년 라울 알폰신대통령 당선, 민선정부 출범.

900%이상 물가폭등

▦89년 5,000%이상의초 인플레 등으로 소요사태 발생.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 당선. 긴축정책 강행.

▦92년 페소화(貨) 고정환율제도입.

▦99년 페르난도 데 라루아 대통령 당선.

▦2000년 구제역, 유전자변형식품우려로 수출 타격.

국제통화기금(IMF) 400억달러 구제금융 승인.

▦2001년 3월 데 라루아 대통령, 거국정부 구성

▦10월 야당인 페론당,총선에서 상하원 장악

▦12월8일 카발로 경제장관,은행예금 인출 금지에 대한 규제 철폐선언

IMF, 디폴트(지급불능) 임박했다며 예정된 13억 달러 지급 거부

▦19일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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