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銀에 치이고…농협.우체국에 잠식되고…금융구조조정, 예금부분보장제 등 금융환경 변화로 지방 은행의 ‘텃밭’이 휘청이고 있다. 특히 광주, 경남, 제주 등 ‘독자생존 불가’ 판정을 받은 은행들은 해당 지역 수신점유율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최근 1~2년 부산, 대구, 광주, 전북, 경남, 제주 등 6개 지방은행의해당 지역 수신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된 광주은행. 1999년 말 예금은행 기준 광주ㆍ경남 지역 수신점유율이35.6%에 달했지만 지난 해 말 27.9%로 추락한데 이어 올해도 6월 말 현재 26.3%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1년 반 사이 점유율이 무려10%포인트 가량 하락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또 다른 자회사인 경남은행도 마산 지역 수신 점유율이 8월말 현재 47.1%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99년말에 비해서는 2.5%포인트나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제주은행 역시 급격한 수신 이탈로 곤혹을 겪고 있다. 99년 말 36.9%였던 제주도내 수신점유율은 10월 말 현재 30.8%로 폭락했다.
‘지방은행 수난’ 속에 그나마 선전한 곳은 독자 생존의 길을 걷고 있는 부산, 전북, 대구은행 등. 최근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평가된 부산은행은 부산 지역 수신점유율이 8월 말 현재 29.3%로 99년 말에 비해 1%포인트 가량 오히려 높아진 상황.특히 97년 말과 비교하면 3%포인트 이상 수신점유율이 상승했다.
전북은행도 9월 말 수신점유율(27.7%)이 99년 말보다 1.5%포인트 상승했으며, 대구은행은 대구ㆍ경북지역 수신점유율이 9월말 30.3%로 99년 말(30.4%)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은행의 텃밭이 흔들리는 것은 각종 금융환경 변화와 함께 농협, 우체국 등 ‘준(準) 국책금융기관’이 안정성을 무기로 지역 수신을 크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
농협중앙회의 경우 99년 말 50조4,995억원이던 총수신이 17일 현재 77조9,895억원으로 50% 이상 늘어났고, 우체국 역시 수신 상승률이 80% 가량(99년 말 16조2,327억원 → 11월 말 29조3,679억원)에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형화의 물살 속에 지방은행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고있다”며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은행 만의 고유 역할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