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출판계가 그 어느 해보다 부끄럽고 일그러진 모습을 드러낸 한 해였습니다.6월에 일어난 이른바 ‘사재기’ 파문은 일부 출판사들의 그릇된 행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자사가 낸 책을 되사서 어떻게든 베스트셀러를 만들려는 출판사, 그것을 묵인 내지 방조한 서점,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는 독자들의 독서행태 삼자가 합작한 결과였지요.
몇 년을 끌어온 도서정가제 문제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 같습니다.
출판계의 숙원인 유통 현대화도 아직은 요원한 실정입니다. 대형 도매상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소형 서점의 수는 지난 해보다 무려 500개나 줄어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불법 복사로 학술서적 출판사들이 출판활동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독서를 권장하는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 읽는 사회 만들기’ 운동본부가 생기기도 했고, 방송에서도 독서 프로그램들이 생겨서 “책ㆍ책ㆍ책을 읽자”고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지닌 한국일보사 주최 제42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에출품한 1,048종 1,855권의 책을 정리하면서 한 해 우리 출판계가 거둔 수확을 한 눈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크게 늘어난 각종 언론매체의 서평 한 번 받지 못하거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도, 우리 출판계의 저력을 보여주는 숨은 좋은 책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담당 기자로서도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2001년을 마감하는 양서의 잔치가 될 이 상의 수상자와 수상작을 기다리면서, 우리 출판계의 해묵은 과제들이 새해에는 해결될 것을 함께 기대해 봅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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