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이 넘은 유난주(柳蘭柱ㆍ82ㆍ서울 양천구 목동) 할머니는 매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이대 목동병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유 할머니가 노구를 이끌고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것은 올해로 8년째. 지금까지 쌓인 봉사활동 시간이 자그마치 4,236시간이다.할머니의 특별한 봉사활동은 1993년 겨울부터 시작됐다. 목동 평광교회 노인대학을 다니던 할머니는 우연히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병원을 찾았다.
“어렵게 살며 남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조그만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에 시작했는데 이제 가장 소중한 일이 됐어요.” 나이가 많다고 일을 맡기기 어려워 했던 병원에서도 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환자들이 쓰는 거즈나 붕대 등 병원용품 정리를 하는 중앙공급실에서 봉사를 해 온 유 할머니는 94년 척추신경통으로 몸이 불편하던 때도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을 정도로 이 일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병원에 처음 나가던 날엔 10여분 남짓 거리를 걷다가 다섯 번이나 쉬어야 했어요. 이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 간답니다.”
전쟁통이던 서른 둘에 남편과 사별한 후 봇짐장사, 잡화행상 등 안 해 본 장사가 없을 정도로 고생하며 아들 3형제를 대학까지 마치게 했다. “행상을 하다 언덕길에서 굴러 허리를 다치기도 했고, 동네 애기를 내가 몽땅 다 받아내 생계를 잇기도 했어요. 나이가 드니 그때 생각이 생생히 떠 오르며 남을 위해 조그만 할 일이라도 찾게 되더군요.”
봉사활동의 공로로 19일 이대 목동병원에서 열린 ‘2001년 자원봉사자 송년 간담회’에 자원봉사 특별상을 받은 유 할머니는 “첫째 며느리 봤을 때와 첫 손주를 봤을 때 그리고 오늘이 내 생애에서 제일로 기쁜 날”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