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은행들이 근래 수년만에 최대의 흑자를 내고 있다.우량은행은 물론이고 작년까지도 부실채권에 허덕여 처치 곤란이라는 은행들까지 그렇다 한다.
국민들로서는 언뜻 반가우면서도 한편 고개가 갸우뚱해질 일이다.
"극심한 불황 속에 어떻게 흑자를?" 이에 대한 해답은 공적자금과 가계대출에 있다.
나랏돈으로 부실을 메운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계대출이라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에 매달린 결과다. 그럼에도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신용카드회사 역시 올해 천문학적인 흑자의 회계 처리에 정신이 없다.
어떤 재벌계열 카드사들은 수천억원씩 이익을 냈다 하니 가히 돈벼락이다.
2년 전만 해도 4,000만장이 못됐던 신용카드 발급수가 올해 8,000만장을 넘어 두배 이상 늘어난 덕분이다.
그 엄청난 수수료 수입에 더해 연 20%가 넘는 고리의 현금서비스 대출 수입으로 그야말로 돈을 자루에 퍼 담는 형세다.
이렇게 돈더미에 올랐지만 카드회사들의 대출이자나 수수료 인하는 '굼벵이 저리 가라'다.
■이동통신 서비스회사도 올해 주체를 못할 정도로 돈이 쏟아져 들어와 외부에 쉬쉬하고 있을 정도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을 정도로 휴대폰이 신앙화하고 있으니 이통회사들의 '재미'는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들 3사에서는 지난해보다도 수천억원씩 이익이 늘어 사내에서 연말 특별상여금 잔치가 한창이라한다.
이들이 올해 소비자에게 보답한 것은 기껏해야 손톱 끝만한 요율 인하 뿐이다.
■백마고지 전투 와중에도 낮잠을 자는 병사가 있다는 말처럼 아무리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양지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우리의 호황 업종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서비스 부문이고, 둘째 국내 장사이며, 셋째 '개미'들에게 의존하는 장사라는 것이다.
이들이 수익을 올리는 만큼이나 그 반대로 국민 저축률은 떨어지고 개인신용불량자는 위험수위에 치달았다.
그럼에도 정책적 브레이크는 요지부동이다. 올해 우리경제를 요약하면 '개미 잡아먹기' 또는 '제살뜯어먹기' 였다 하겠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