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디지털방송 실시 등으로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안방에서는 사극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10월 26일 SBS를 시작으로 KBS1, MBC가 주당 10시간을 방송하고 있는 디지털방송은 시청자들이 아직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방송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화질과 음질이 뛰어나다는 외형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방송ㆍ통신의 융합이 본격화하고 쌍방향 방송 등 방송의 비약적인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제작의 어려움과 막대한 제작비용으로 안착 여부는 불투명하다.
본격적인 뉴 미디어 시대와 다채널 방송환경을 조성할 위성방송 ‘스카이 라이프’의 시험방송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12월 비디오 채널 84개, 오디오 채널 60개를 갖춘 위성방송을 본격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준비부족 등으로 내년 3월로 연기됐다.
11월 시험방송을 시작한 위성방송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위성방송이 MBC,SBS 등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는 문제로 지역방송과 케이블방송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다 지상파 TV와 차별화한 콘텐츠 확보가 어려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강원방송이 개국하고 제주방송이 방송사업자 허가를 받음으로써 전국이 민영방송체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지방광고 시장이 열악해 지역방송들은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편 방송정책 가운데 시청자의 권리는 외면한 채 방송사의 잇속만 챙겨준다는 비판을 받은 중간광고 및 광고총량제 문제가 연말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지만 시민단체와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로 수면 밑으로 잠복했다.
특히 방송프로그램 공급사업자(PP)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해 많은 방송사업자가 등장했다.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연령별 등급제 실시도 눈길을 끈 방송정책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판도는 여전히 드라마 강세였다. 특히 사극의 인기 고공비행은 올해도 그대로 이어졌다.
KBS1 ‘태조 왕건’과 SBS ‘여인천하’가 시청률 1위 경쟁을 벌였고 ‘명성황후’(KBS2)와 ‘상도’(MBC)가 사극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재미를 위해 역사를 무리하게 왜곡하거나 인기가 있으면 무작정 편수를 늘리고 보자는 식의 제작관행은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지상파 TV 드라마ㆍ오락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도 여전했다.
SBS가 봄개편을 통해 선보인 ‘쇼! 무한탈출’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성형수술 등 엽기적인 소재를 방송해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중지 명령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반적인 남북관계는 나빠졌지만 남북간 방송교류는 활발했다.
KBS 간부진이 4월 북한을 방문해 선보인 것이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 백두고원을 가다’와 ‘역사 스페셜-북한 문화유산 특집’이었다.
SBS도 북한측과 드라마 ‘연개소문’을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MBC ‘시사 매거진 2580’에서 연예인과 기획사의 불평등 관계를 보도함으로써 야기된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거부사태도 파장이 큰 사건이었다.
MBC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한 달여 간 팽팽히 대립하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타협했다.
KBS의 윤석호 표민수 PD, SBS의 장기홍 PD, MBC의 김현철 PD 등 이른 바 스타 PD의 프리랜서 선언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그 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중견 연기자 장욱제 이대근 차주옥 등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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