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화날 때 너무너무 힘이 들 때/ 정신 차리고 기분이 좋아져/ 가끔씩 조이면 정말 좋아/조용히 항문을 조입시다…”댄스 리듬에 실린 이 엉뚱한 가사. 명상음악가 김도향(54)이 21년 만에 내놓은 가요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제목은 ‘Everybody 항문을 조입시다.’
이 당황스러운 조합에 대한 김도향의 설명을 들어보자.
“요즘 청소년들 말이 죄다 욕이에요. 그들의 문법인 댄스음악을 써서 정신 차리게 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문을 조임으로써 정신의 정화가 가능할까.
“영혼과 육체를 연결하는 일곱 개의 혼줄이 있습니다. 이게 느슨해지면 정신이 흐려지면서 욕을 내뱉게 되죠. 항문을 조여주면 혼줄이 당겨지며 영육이 치유되는 겁니다.”
70년대 남성 듀엣 ‘투코리안즈’ 멤버로 통기타 가수 1세대로 활동하면서 ‘벽오동’을, 솔로 전향 후 ‘바보처럼 살았군요’ 를 히트시킨 김도향.
이후 30여 장의 태교 음반과 10여 장의 명상 음반, 4,500여곡의 CF음악을 작곡하며 틈틈이 명상 강사로도 나섰다.
10월 인천방송에서 ‘김도향의 투나잇쇼’ 진행으로 방송에 컴백했지만 가수로서의 공식적인 활동은 없었다.
왜 20여 년의 공백을 깨고 이런 엉뚱한 노래를 들고 나왔을까.
“지난 해 뜻하지 않게 ‘사랑의 문화봉사단’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엄청난 감명을 받았어요. 강의 한 시간을 해도 안 되던 일이 노래로는 되는 거예요.”
요컨대 노래는 ‘말은 안 들어도 노래는 듣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인스턴트 사랑에 대한 타이름, 팍팍한 삶에 대한 위로 외에 새 음반에는 ‘외박하고 싶다’는 과감한 외침도 있다.
‘가끔은 세상의 굴레를 벗어나/ 친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즐거운 수다나 떨고 싶다’(‘따지지좀 마’)
‘아가씨배꼽 좀 가려줘요…두 사람 내 앞에서 키스좀 하지 말아줘요’하며 눈꼴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이 노래는 ‘쓰라려요’.
“‘바보처럼 살았군요’가 다행히 히트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 캠페인송 같았죠.”
그래서 당의정을 입히듯 고영환, 이종원 등 20대 작곡가들을 기용해 요즘 음악을 받아들였다.
“나이먹은 가수들이 옛날 추억 팔아먹는 게 싫어” 감행한 새로운 시도. 발라드는 발라드대로, R&B는 R&B대로 나긋하면서 시원한 노래의 맛이 살아 있다.
“들어본 사람들이 칭찬해요. 아직 노래 잘 한다고…”하며 천진스럽게 좋아한다.
“잘되면 자신감을 갖겠죠. 내가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실험하는 겁니다.” 명상을 해서일까. 활동계획이 마음을 비운 듯 담담하다.
그는 ‘내버려 둬도 조금씩 팔린다는’ 자신의 기존 명상음악 대신 치유음악으로 구미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힐링뮤직’(Heeling Music)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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