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카리스마 경영’으로 시장의 박수갈채를 받던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이 취임 2개월이 지나면서‘튀는 행보’로 금융당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정부는 김 행장이 국내 최대 리딩뱅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일거수일투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간섭은 자제하되 ‘일탈’시에는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근 김 행장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행사가격. 국민은행은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 행장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최대 70만주) 행사가격과 조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행사가격에 주가 상승분 중 CEO 기여분만을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정부 제동으로 안건 사정을 보류했다.
정부는 지난 달 16일 이사회에서 김 행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방침이 결정됐을 때 부터 “행장이 성과와 관계 없이 주가 차익을 모조리 챙기는 것은 무임승차(free-riding) 행위”라며 성과 연동형 행사조건을 내걸도록 요구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모범이 돼야 할 국민은행장이 성과와 상관 없이시황호전이나 구조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 주가차익까지 모두 챙긴다면 지나친 게 아니냐”며 “대주주(정부) 입장에서좀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토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또 당초 14억원의 연봉을 받으려다가 정부가 “사기업도 아닌 은행에서 그렇게 많이 받으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며 재고를 요청해 8억4,000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합병에 앞서 통합은행 정관을 마련할 때도 국민은행은 ‘일반 국민 및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비중이 80~90% 이상 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으려다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국내 최대의 은행이 대기업 금융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과다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국민은행은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하향 조정해 정관에 담았다.
정부는 은행 내부 이사회에서 김 행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만한 견제세력이 없다고 보고 내년 봄 이사회 구성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김 행장은 경영자로서탁월하지만 리딩뱅크 수장다운 신중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민은행의 움직임이 금융계 전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만큼 앞으로 대주주 겸 감독당국으로서 견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별 은행의 의사 결정에 정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시장원리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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