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좋아하는 회사원 김모(33)씨는 내년 1월 30, 3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내한공연의 표를 예매하려고 전화를 했다가 하도 황당해서 끊어버리고 말았다.1층 거의 전부가 최고가인 S석(12만원)이고, 무대를 올려다봐야 하는 맨 앞줄과 시야 장애를 일으키는 구석이 바로 아래 등급인 A석(10만원)이라는 설명에 기가 막혔다.
그는 “좌석 배정이 아무리 주최측 마음대로라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공연은 좌석을 6등급으로 나눠 12만원부터 2만원까지 가격을 매겼는데, 파는 자리 총 3,236석 중 S석과 A석이 각각 938개, 699개로 절반을 차지한다.
문제는 10만원짜리 A석도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연 관람에는 최악인 3층 좌석도 B(8만원)부터 E(2만 원)까지 네 등급으로 구분해 팔고 있다. 결국 관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별로 좋지도 않은 좌석을 비싸게 사거나, 관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16일 같은 곳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연주회도 VIP(10만원), R(8만원), S(5만원), A(3만원)로 좌석을 나누면서 1층 90%와 2층 절반을 VIP석과 R석으로 만들었다.
나머지는 1층 극히 일부와 2층 절반은 S석, 3층 전체는 A석이었다.
이같은 VIP석, R석의 남발은 공연 제작비를 건지기 위해서, 또는 협찬사 등에 돌리는 초대권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주최측의 장삿속과, 공짜표라도 기왕이면 액면가 높은 것을 원하는 일부의 허영심이 작용한 결과다. 지갑 얇은 관객을 울리는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관객은 봉인가 보다.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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