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각종 ‘게이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했다. 각종 게이트가 터져 나온 이후 김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사안이 심각해졌다는 반증이다.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이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제기되고 홍일(弘一), 홍업(弘業)씨 등 대통령의 아들마저 거론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일단 철저한 수사의 촉구이다. 김 대통령은 “부정 보다 더 나쁜 것이 은폐”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수사의 마지노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개진했다. 이는 대통령 주변에는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결백의 논리일 수도 있지만,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각오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진승현 게이트 등 최근의 몇몇 비리의혹은 임기 말 국정운영의 향배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보 사건이 YS 정권의 후반을 공백 상태로 몰고 갔던 전례에 비추어보면, 철저하고 조속한 진상규명과 매듭은 지극히 상식적인 해법이다. 김 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 지시는 바로 임기 말 국정운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수족’에 큰 상처가 나더라도 각종 게이트에 정공법으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의지가 실천될 수 있느냐이다. 나아가 게이트의 뿌리가 드러났을 때 현 정권과 정치권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돼 정국이 혼미 속에서 표류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적당한 미봉은 또 다른 재앙을 잉태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철저히 단죄하는 게 정답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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