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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10인] (1)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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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뉴스메이커10인] (1)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입력
2001.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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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첫해의 기대로 새벽을 연 2001년이 전쟁의 포염 속에 저물어간다.미증유의 테러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과학의 도전,경기 침체 등으로 점철된 한 해를 10명의 인물을 통해 다시 조명해본다.≫이슬람교 금식월인라마단 마지막날인 14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하루를 단식하며 기도했다. 테러에 대한 미국의 ‘응징’으로 상처를 입은 무슬림들의 아픔에 동참하기위해서였다.

세계 가톨릭 신도들과 함께 한 교황의 기도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더욱 골이 패인 종교와 종교 사이의 화해를 바라는 마음이 배어있었다.

2001년 한해동안 교황은 평화를 위한 고난의 순례를 계속했다.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고, 1,000년간 적대해온 러시아 정교와의 화해를 시도했다.하지만 81세 병구를 이끈 고단한 노력은 별다른 결실을 내지 못했다.

그는 지구촌 곳곳을 찾으며 복음을 전했지만, 숨져가는 무자헤딘을 지켜보며 적개심을 키우는 세계 무슬림과, 테러를 잊지 않는 기독교도의 분노를 아직치유해내지 못하고 있다.

5월말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그리스와 시리아, 몰타 등 3개국을 여행한 교황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 오마야드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다. 이슬람 최고 성직자가그를 맞았지만 신자들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공동기도회는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교황은 중동에서 기회가 날 때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화해를 촉구했지만 두 민족의 뿌리 깊은 증오는 지금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6월에는 우크라이나를 방문,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의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이름 하에 서로 화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1054년이후 갈라진 두 종파간 갈등을치유하려 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는 “미사에 참석한 이반 스리비도프 정교회 주교는 정교회가 공식 파견한 것이 아니라 개인 시민 자격으로 참석했을뿐”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얼굴을 돌렸다.

교황은 올해에도 과거 가톨릭이 저지른 잘못을 한 몸에 끌어안고 사과했다.

10월에는 마테오 리치의 베이징(北京)도착 400주년을 맞아 “과거의 잘못과 단점에 깊은슬픔을 느끼며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선교사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중국인들의 용서를 빌었다. 11월에는 호주 등 오세아니아의 토착 원주민 사회를파괴한 ‘부끄러운 불의’를 사죄했다.

자신을 찾아온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아르메니아를 방문했을 때는 오스만제국 시절 학살된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을애도하는 등 인간 존중의 복음도 전했다.

9ㆍ11 테러 직후 에는 카자흐스탄에서 “가톨릭 교회가 진정한 이슬람을 존경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다”면서종교가 전쟁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호소했다.

아직까지 그의 기도에 대한 대답은 증오와 광신, 테러와 전쟁뿐이다. 기독교계에선 교황 자신이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라마단 기간에 공격을 계속한데 대한 복수로 알 카에다가 교황을 십자군의 우두머리로 간주, 성탄절을 기해 테러를 가할 것이라는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새 천년의 새벽을희망을 갖고 맞이했던 인류가 지금은 분쟁의 먹구름으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 교황은 이 달 초 미사에서 2001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럼에도평화의 순례는 멈추지 않는다. 교황은 내년 1월4일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이슬람교, 기독교 등 세계 종교 대표자들을 초청, 평화기도회를 열고 화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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