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문다. 정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2001년.세월의 발걸음은 무심하게도 그 언덕을 넘어간다. 시간의 마디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정리와 각오’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 해를 마감하는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지는 것과 뜨는 것. 모든 것을 함축하는 해넘이와 해돋이가 가장 어울리는 테마이다.
눈과 마음으로라도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기운을 담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가슴 안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일몰명소
# 강화도(인천 강화군)
‘역사 박물관’ 강화도는 일몰의 명소이기도 하다. 서쪽 해안을 중심으로 해넘이터가 즐비하다. 가장 큰 장점은 서울에서 가깝다는 것이다. 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이 동막 해변과 민머루 언덕이다.동막 해안은 강화의 서남쪽 해안.
마니산 줄기가 남쪽으로 뻗으면서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썰물 때는 무려 1,800만여 평의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뻗어나간 갯벌은 직선 거리로 4㎞나 된다. 세계 4대 갯벌의 하나로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됐다. 겨울에는 장봉도 너머로 해가 진다. 드넓은 갯벌이 온통 빨갛게 물든다.
민머루 언덕은 강화의 부속섬인 석모도에 있다. 역시 너른 갯벌이 유명한 민머루 해수욕장의 뒤언덕이다.
거대한 송전탑이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해는 송전탑 바로 뒤로 떨어진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인공 구조물과 낙조.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강화군청 관광진흥과 (032)933-8011
# 학암포, 구례포, 신두리 해변(충남태안군 원북면)
서해안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진 곳. 태안군의 북서쪽 끄트머리에 세 해변이 나란히 연결돼 있다.
학암포의 해변은 약 2㎞. 물이 빠지면 백사장과 작은 섬 소분점도가 갯벌로 연결된다. 해는 소분점도 뒤로 넘어간다.
학암포는 특히 바다낚시의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작은 포구이지만 사시사철 낚싯배가 태공들을 싣고 떠난다.
구례포는 드라마 '용의 눈물'을 촬영했던 곳. 당시 눈 내린 겨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학암포보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겨울바다 여행에 제격이다. 신두리는 최근 크게 알려진 곳. 서해안에서 가장 큰 사구가 조성된 곳이다.
봄ㆍ여름에는 해당화가 피고 신비로운 모래밭 수목이 자란다. 그러나 겨울의 사구는 사막 같다. 엄청난 모래언덕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인상 깊은 겨울여행이 될 터이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
# 보길도 뾰족산(전남 완도군 보길면)
작은 섬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로 잘 알려진 명소. 수도권에서 가자면 먼 길이다. 그러나 자동차도 타고 배도 타는 심심하지 않은 여행길이다.
전남 해남군의 땅끝마을에서 배를 타는것이 좋다. 혹 일정이 늦어 배를 놓치더라도 땅끝마을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보길도의 일몰 명소는 서쪽 해안과 남쪽 곶부리. 바다에는 상도, 미역섬, 욕매도, 갈도라는 이름의 섬 4개가 나란히 떠있다.
해안도로의 끝에는 체구는 작지만 기상이 날카로운 뾰족산(195m)이 우뚝 서있다. 낮은 산이지만 벅찬 숨을 내 쉬며 올라야 한다.
보길도의 진산 격자봉의 모습과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보길도에 들었다면 윤선도의 유적과 검은 자갈해변으로 유명한 예송리 해수욕장을 빠뜨릴 수 없다.
예송리 해수욕장에는 상록수림이 있다. 겨울에도 붉은 동백을 피워내는 상록수림은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예송리 해변은 또한 일출의 명소이기도 하다. 보길면사무소 총무계 (061)550-5651
# 웅포 금강변(전북 익산시 웅포면)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며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동쪽은 충남 부여와 서천, 서쪽은 전북 익산시이다.
익산쪽에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706번 지방도로인데 금강의 남쪽을 훑는 강변도로이다. 길은 군산시 나포면까지 이어진다.
강변도로의 중간에 덕양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다. 이 곳이 노을 감상 포인트이다. 12월에는 군산 앞바다로 흘러가는 금강 물줄기를 따라 해가 진다.
하늘과 강물이 모두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 자연과의 합일이라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금강 하구둑까지 여행을 해 볼 만하다. 바다처럼 너른 금강호가 펼쳐지고 무성한 갈대와 오리떼가 장엄한 풍광에 함께 참가한다.
덕양정에서 가까운 숭림사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바로 706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웅포면사무소 (063)862-6119
■일출명소
# 경남 통영, 거제시
통영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곳이다.
인근의 거제도(시)와는 이제 두 개의 다리로 연결돼 왕래가 자유롭다. 통영에서는 통영만을 내려다보는 산양읍(미륵도) 동쪽 해안선이 일출 포인트.
통영대교를 건너면 미륵도를 빙 도는 해안일주도로가 펼쳐지는데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
산양읍의 남단 달아 마을은 다도해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푹 젖을 수 있는 곳. 마을 뒷산인 달아 공원에서 다도해를 조망하기 좋다. 일몰을 함께 볼수 있다.
거제의 일출 명소는 시의 최동단인 장승포. 장승포에서는 날이 맑으면 대마도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장승포에서 남단 저구리까지 이어지는 해안일주도로(14번 국도)에서 일출을 감상할수 있다. 통영시청 관광과 (055)645-0101,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8363
# 태백산(강원 태백시)
단군성전과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천제단이있는 민족의 영산이다. 그래서 해맞이의 의미가 각별하다.
주봉인 장군봉은 1,567m. 그 옆으로 문수봉(1,517m)이 이어져 있다. 높은 산이지만 해발 800여m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다 험하지 않아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 해가 바뀌는 12월 말이면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태백산의 일출은 여러가지 모습이다. 날씨에 따라 모습이 제각각이다. 발 아래 구름이 끼었을 때에는 해가 운해 위로 떠오른다. 장엄하다.
비교적 날씨가 좋으면 태백시, 삼척시, 경북울진군의 굵직한 연봉들 사이로 떠오른다. 계단처럼 이어진 봉우리들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날씨가 아주 좋으면 동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직접본다.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운이 나빠 해를 구경하지 못했더라도 정상의 주목 군락에 핀 설화와 문수봉의 돌탑을 돌아본다면 억울할 것이 없다.
새벽산행을 위해 아이젠, 플래시는 필수. 마대 자루를 배낭에 넣어가면 하산 길에 엉덩이 썰매를 즐길 수 있다. 관리사무소 (033)550-2741
# 남애항(강원 양양군 현남면)
해수욕장, 방파제와 등대, 호수,바위섬, 고깃배와 횟집 등 바다의 정취를 한꺼번에 모아 놓은 집약형 바닷가이다.
2, 3년 전만 해도 평범한 포구였는데 이제 여행객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2㎞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해수욕장으로도 빼어난 남애 3리에는 포매호가 있다. 바닷바람과 모래가 막아놓은 전형적인 사호(砂湖)이다.
외롭게 바다에 떠있는 양야도 안쪽의 남애 2리는1,000여 주민이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남애항. 새벽이면 고깃배들이 들어오는데 펄떡펄떡 뛰는 싱싱한 생선을 직접 살 수 있다.
남애항의 일출은 약 200m 정도 뻗어나간 방파제 위에서 볼 수 있다. 방파제 끄트머리에 붉은 색 등대가 있다.
등대와 일출을 소품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현남면사무소 (033)671-6301
# 왜목마을(충남 당진군 석문면)
서해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서해의 섬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육지에서는 드물다.
북쪽으로 툭 튀어나온 독특한 지형 덕분이다. 동쪽 수평선너머로 아스라이 경기 화성시와 평택시의 해안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수평선과 올망졸망한 섬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동해의 일출이 장엄하다면 이곳의 일출은 소박하면서 서정적이다.
서해안이기 때문에 일몰도 볼 수 있다.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로 떨어지는 일몰은 서해안 일몰 중에서도 유명하다.
왜목마을은 작은 마을이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 사진작가 등이 연간 200여 만 명에 이른다.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에서 빠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당진군청 문화공보실 (041)350-3224
겨울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 새 시간과 새 마음을 담고 솟구쳐 오른다. 일출 여행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정이다.
/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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