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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 이렇게] (1)강봉균 KD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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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경제 이렇게] (1)강봉균 KDI 원장

입력
2001.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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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한국경제에 중요하면서도 힘겨운 시기가 될 전망이다.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세계경제,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피로감, 무엇보다 1년 내내 계속될 선거정국의 불확실성은 한국경제의 시계(視界)를 한껏 흐리게 하고 있다.

정권임기가 종료되는 앞으로의 1년은 지난 4년보다도 더 길고 힘든 한 해가 될지도모른다.

한국일보는 송년기획으로 4명의 경제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2002년 한국경제의 과제와 해법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강봉균(康奉均)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치며, 현 정부 전반기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현재도 주요 정책입안과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는 그는 경기활력과 구조개혁의 마무리를2002년 경제운용의 양대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4년의 구조개혁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운영 시스템을 시장 중심으로 바꾼 것이가장 중요합니다. 수십년간 누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점을 정부 임기안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남은 1년 동안잘 매듭짓는다면 분명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개혁만 하더라도 공적자금 실태에서 한계는 드러난 것 아닌가요.

“일본은70조엔의 공적자금을 조성해 놓고도 절차와 요건이 너무 경직돼 절반 밖에는 쓰지 않았어요.

그 결과 부실이 해결되지 못해 경제전체가 어려움을 겪는것 아닙니까. 우리도 훨씬 더 엄격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공적자금 집행이 느려져 새로운 부실이 양산됐을 겁니다. 일부 부작용은 있었지만공적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적자금의 회수인데…. 묘안은 없을까요.

“공적자금 150조원 중에 출자가 60조원입니다. 주가가 액면가의 2배만 되면 120조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정부로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주식처분이 어렵고, 그렇다고 계속 갖고 있으면 주가는 오르기 어려운 게 바로 당국의 딜레마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단계적 주식매각방안입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정부 지분을 한꺼번에 파는 것이 아니라 5%든, 10%든 일부만 우선 매각해서 2대, 3대 민간 대주주를 만드는거지요.”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정부 소유은행으로 남아 있는 한 아무리 자율경영을 약속해도 시장은 믿지 않아요. 때문에 우선은 민영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액면가 미만이라도 정부가 일부지분을 매각한 뒤 경영에 손을 뗀다면 주가는 오를 겁니다. 그 때가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하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거예요.”

-최근의 규제완화는 재벌개혁의 후퇴가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재벌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규제여야 합니다. 기업은 대형화가 세계 추세인데, 크다는 이유로 30개를 묶고 출자를막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지요.

기업규제의 초점은 이제 오너전횡같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시장거래의 공정성, 즉 경쟁정책에 맞춰야 합니다.”

-그래도 상위 3ㆍ4개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세계적 기준에서 본다면 삼성 LG SK도 그다지 대기업은 아닙니다.”

-내년도 거시정책 운용기조는 어떻게 짜야한다고 보십니까.

“거시정책은 보수적이어야 합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지만, 그래도 비관적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적극적 재정ㆍ통화정책을 유지해야겠지요.”

-감세도 필요할까요.

“경기정책은 한시적이고 탄력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세금은 경직적이어서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어려워요. 감세가 기업경쟁력 차원이라면 몰라도 경기대책으론 바람직하지않다고 봅니다.”

-내년은 정치의 해입니다. 1년 남은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 정부에서 풀지 못한 과제는 그냥 없어지는것이 아니라 결국 차기정부의 부담으로 넘어갑니다.

때문에 현안은 반드시 지금 풀고 가야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도와줄 것은 도와줘야지요. 정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이나, 국민들도 이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글=이성철기자

sclee@hk.co.kr

사진=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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