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의 손과 발이 되고, 당신은 나의 눈이 됩니다.”어릴 때부터 시력이 약해져 결국 오른쪽 눈은 실명하고 왼쪽 눈마저 온전치 못한 황실비아(38ㆍ여)씨는 지난 5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동네 어르신을 위한 자원봉사에 나섰다.
황씨가 한 역할은 혼자 힘으로는 바깥 구경하기 힘든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몸소 그들의 발이 되어 목욕탕, 시장으로 모셔다 드리는 배달 동행 서비스.
몸이 불편한 분에게는 생계를 위해 배운 안마도 해드렸다. 그녀가 반년 넘게 노인들을 모시고 손에 쥔 돈은 고작 2만원. 황씨는 이 소중한 돈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전국저시력인연합회(회장 미영순ㆍ米榮順) 회원 50명은 18일 독거 노인과 중증 장애인을 위한 배달 동행 서비스 등 자원봉사를 하고 서울시 등이 지원하는 연합회로부터 받은 교통비를 모은 100만원을 서울 서소문 ‘공동모금회’(02-360-5995)에 쾌척했다.
저시력인들의 도움을 받은 장애인과 노인은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봉사는 비장애인이 보기엔 하찮은 잔심부름, 병원 목욕탕 시장 동행 등이 전부지만 1인당 봉사 시간은 무려 720시간을 넘었다. 김영섭(金泳燮ㆍ39)씨는 “어르신 휠체어를 밀다가 앞이 안보여 함께 뒹굴기도 했다”고 힘들었던 봉사 시간을 회상했다.
교정시력 0.2 이하의 시각 장애를 가리키는 저시력 인구는 국내에만 35만여명. 그러나 이들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보다는 낫다는 이유로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영순 회장은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더 어려운 장애우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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