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충북도의회 사무처에 고장 난 자물쇠가 달린 나무상자가 전달됐다. 이 상자를 들고 온 사람들은 청주경실련 회원들.이 자리에서 경실련 관계자는 “나무상자는 시민혈세가 담긴 곳간, 고장 난 자물쇠는 이 곳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공무원과 의원들을 상징한다”며 “선심성ㆍ낭비성 예산 113억원 가운데 불과 10억여원 밖에 깎지 않은 도의회는 각성하라 ”고 촉구했다.
■제주, 전북, 경기
경실련의 ‘퍼포먼스’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혈세가 사회단체 지원, 공무원복지예산 등의 탈을 쓴 선거용 선심성 예산으로 줄줄 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 곳은 제주도. 각종 행사비, 보상금, 사회단체 보조금 등 제목만 보아도 선심성이 분명한 내년도 예산이 487억64만여원(전체 예산의 7%) 편성돼 올해에 비해 72%나 늘었다.
업무추진비는 올해보다 17% 늘어난 128억원에 달했고, 해외여비와 외빈초청비도 18% 늘어난 8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 지원비는 173억여원으로 올해 보다 105% 늘어나 지역 시민단체들 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청 내부에서 조차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선심성 예산규모가 워낙 커 꼭 필요한 지역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북도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확정된 내년예산에 사회단체보조금으로 13억2,000만원을 책정, 올해에 비해 무려 71.6%나 늘어났다.
경기도 역시 최근 ‘경기도 새마을회관 건립비지원’ 예산 30억원을 확정, 올해 안에 지원키로 하는 등 선심성 예산을 잇따라 늘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새마을단체의 성격과 규모, 지원시기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예산지원을 내년 지방선거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구, 강원…
대구도 제주 등에 뒤지지 않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대구시의 2002년 예산안 가운데 각종 사회단체보조금과 공무원 포상금, 민간인 보상금 등 선심성 논란이 있는 예산이 올해에 비해 40% 이상 증가한 458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강원도도 업무추진비와 해외여비, 학술용역비 등 집행과정에서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항목별 예산이 전년 대비 13.2~40.1% 늘어나 증액돼 ‘선거용 예산편성’ 의혹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표를 노리고 혈세를 마음대로 편성하는 지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묵인하는 지방의회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선거용 예산편성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지자체의 한 의원은 “일반 및 특별회계는 오히려 감소했는데도 사회ㆍ민간단체 보조금 등은 전례없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자체와 의회가 같은 목적(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반대론은 메아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재하기자
jaehakim@hk.co.kr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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