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작가 마라이 소설 2편 출간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1900~1989)를 만나는 것은 충격이다.
이런 작가가 세계문학에서 70여년 가까이 철저히 망각된 채 파묻혀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그래도 뒤늦게 21세기에 나마 그의 소설을 재발견해 읽을 수있다는 것은 우리의 행운이다.
한국어로 번역출간된 그의 소설 ‘열정’(1942년 작)과 ‘유언’(1939년 작ㆍ솔 발행)은 인간 정신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발할 수 있는 광채의 한 극점을 보여주는듯 하다.
‘열정’과 ‘유언’은 쌍둥이처럼 짝을 이루는 소설이다.
‘열정’의 주인공 75세의 노장군 헨릭은 41년만에, 사관 시절 친구였던 콘래드로부터 자신의 성(城)을 방문하겠다는 전갈을 받는다.
41년전 헨릭은 사랑하는 아내와 콘래드에게 기만당한 것을 안다. 콘래드는 도주하고, 헨릭은 오로지 침묵으로 아내와 살아간다.
8년 후 아내는 자살한다. 이후 헨릭의 삶은 ‘기다림’이었다. 눈에 보이는 현실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알기위해, 헨릭은 콘래드를 기다려왔다.
그들은 다시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 ‘열정’보다 3년 전 씌어진 ‘유언’ 역시 40대 여인 에스터가 한 통의 전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보를 보낸 이는 라요스. 20년 전 그는 에스터와 사랑했지만, 에스터의 언니 빌마와 도주했다.
다시 나타난 라요스는 3통의 편지를들고 오는데…, 그가 보여줄 ‘진실’은 어떤 것일까.
이런 줄거리로 마라이의 소설을 다 이야기할 수는 물론 없다. 그는 한 구절 한구절 인간영혼을 자극하는 시적인 문장과 극적 구성으로 존재의 비밀을 풀어보인다.
사랑과 우정 혹은 배신과 기다림, 요즘 세상에서는 너무도 진부하고 통속적인듯한 이런 주제가 마라이가 보여주는 인간의 ‘운명’으로 드러난다.
1900년 당시 오스트리아ㆍ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마라이는 독일,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1930년대 중반 이후 20여 권의 소설, 수상록 등을 헝가리어로 발표한 작가.
1948년 공산화된 조국을 떠나 유랑하다 198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고독 속에 자살했다. 완전히 묻혀있던 그의 소설은 1998년 이탈리아, 독일에서 출간돼 비로소 비평가와 독자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언론들은 “우리는 오래 전부터 그를 알았어야 했다”며 마라이를 토마스 만,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을 잇는세계 문호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치 않는 인간 본성의 문제를 그가 문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도르마라이의 소설은 19세기적일지 모르나 21세기에 오히려 문학의 위대성을 증명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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