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덴마크, 일본 등의 남성 포경수술 비율이 1∼2%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60%를 넘는데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95%에 달하는 등 한국인들의 포경수술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또 상당수 의사들이 포경의 정확한 개념조차 모르는 등 포경수술 비율과 선진화를 비례관계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김대식(金大植ㆍ물리학부) 교수가 지난해 1년 동안 전국의 의사 2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17일 펴낸 ‘비정상적으로 높은 남한의 포경수술 비율, 그 역사와 원인 분석’이란 논문에서 밝혀졌다. 이 논문은 영국 국제비뇨기학회지 2002년 1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0∼92세 남성 5,4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60년 3.2%에 불과했던 포경수술 시술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고등학생인 17세가 95%로 가장 높은 것을 비롯해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30세 이후부터는 감소세를 보였다.
포경수술 전후의 성생활에 대해서는 593명 중 79.9%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고, ‘더 나빠졌다’는 대답(13.2%)이 ‘더 좋아졌다’(6.9%)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같은 기간 국내 의사 26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북유럽과 일본의 포경수술 시술 비율이 1∼2%에 불과함에도 이를 알고 있는 의사는 26명(9.7%)에 불과했고, 포경의 정의, 20세까지 포경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 등 4가지 항목의 질문을 모두 맞힌 의사가 5명에 불과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pop119.com)를 운영하며 포경수술 반대 운동을 벌여 지난해 미국 NOCIRC 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 교수는 “의학적 효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포경수술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국내에서 포경수술 비율이 기형적으로 급증한 데는 의사들의 무지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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