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조선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으로 되돌아가겠다.”경수로 관련 시설을 시찰하기 위해 16일 비공개적으로 방한한 북측 인사들이 극도의 ‘언론 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 인사들은 지난달 초 훈련의정서 이행 협상과정에서 방한의 전제로 ‘비보도’를 주장했다.
북측 인사들은 울진과 고리, 창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시찰 과정도 일절 노출시키지 말 것을 KEDO측에 요구했다. 때문에 북측 시찰단의 방한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측은 이번 고위정책자 과정 시찰단의 방한이 이산가족 방문과 같은 남북간 이벤트가 아니라, KEDO와의 계약에 따른 사업이기 때문에 절대로 공개돼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비밀 방문’에 집착하는 보다 근본적 이유는 ‘비상경계태세의 남조선이 불안하다’는 기존 주장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북측은 남측의 경계태세를 이유로 10월 4차 이산가족 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데 이어, 지난 달 6차 장관급회담에서도 같은 논리로 각종 당국간 회담의 남쪽지역 개최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비밀’은 KEDO측의 언론 엠바고(보도제한) 시한이 종료됨에 따라 공개됐다. KEDO측은 현재 “남한에는 비밀이 없다”면서 북측을 설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EDO 관계자는 “북측이 일단 KEDO와 한국전력이 준비한 시찰 과정에 만족하는 표정인 듯하나, 언론 보도가 나간 후 복귀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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