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카페 마담 출신의 장난정 의원은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동편제당의 우두머리인 이해창 총재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동편제 출신으로 서편제의 강력한 브레인을 자부하던 장난정의 ‘변심’은 정치권에 파란을 몰고 오는데….’만일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면? 아마 시청률이 매우 저조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터무니가 없다’는 이유에서일 겁니다.
그러나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인 ‘여인천하’는 어떻습니까.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혹은 확인할 수 없는 각종 야합과 권모술수가 정난정과 문정왕후 두 사람에 의해 자행됩니다.
그렇다면 ‘여인 천하’의 시청률을 높이는 힘은 무엇일까요.
이영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대중예술속의 ‘강한 여성’ 신드롬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에 관한 연구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예전 사극에서는 남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여성의 암투와 질투가 주를 이루었다면, ‘여인천하’에서는 계층 상승과 정치적 야망을 위해 남자를 선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자신의 ‘작은’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야망의 콩쥐팥쥐’가 과거 사극 드라마의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더욱 여성의 계층 상승 욕구를 구체화하는 인물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여성 시청자들이 ‘여인천하’에 대해 높은 시청률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그러나 한번쯤 현실로 확인하고 싶은 여성들의 ‘권력욕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허구의 여지가 많은 사극이 아니라 현실을 담은 현대극에서 이런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직 요원하겠지요.
왜 권력 투쟁의 장은 ‘남자’들만 있어야 할까요. 정치의 계절이 되니 또 다시 우리나라 여성들의 정치적 지위가 다시 한 번 느껴집니다.
네? 여자들은 드라마나 보라고요? 그게 속 편하다고요? 싸우는 게 얼마나 피곤할 줄 아냐고요? 진짜 그럴까요?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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