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분이다. 크리스마스도 일주일 남았다.이맘때가 되면 애인이 없거나 혼자사는 솔로들의 기분은 어떨까?
야근을 떠맡거나, 불쌍하게 쳐다보는 직장 동료와 가족의 눈을 피해 초저녁부터 거리를 헤매야 하나?
‘더블’들은 연말에 마음과 몸이 부산한데 솔로들은 어떨까? 할 말이 많다는 다섯 솔로들의 연말을 들여다 본다.
▼눈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의 악몽
신윤철=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 왔잖아요. 동호회 모임 끝나고 밤 11시쯤차를 탔는데,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차 앞에 한 쌍의 연인이 나타났어요.
근데, 그게 몇 달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더라구요. 멍하게 둘이 입맞춤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음주운전하면서 집에 갔어요.
일동= 와! 정말 기막히네요.
고미란= 저도 작년에 크리스마스 특집 이벤트 끝내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눈이 오더라구요. 그때 남은 스탭들이 모두 솔로였는데, 서로 측은하게 쳐다보다가 결국 술 한 잔 하러 갔어요.
근데 술값이 너무 비싸서 얼마나 열이받던지…
정재선= 저는 10년 간 항상 애인하고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는 헤어져서 커플 모임에도 못 갔어요.
혼자 돌아다니다 찜질방, 게임방을 전전했죠. 아니, 근데 평소에는 잘 만나주는 친구들도 왜 그 때는 그렇게 안 만나 주는지 모르겠어요.
일동= 정재선씨도 있을 때는 친구들 안 챙겼죠? 벌 받은 거예요.
허수경= 작년에 쏠로닷컴의 ‘한부모’ 회원들, 아이들하고 경기도 용인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했어요.
저는 세 살 난 아들을 헤어진 아이 아빠가 키우거든요. 그래서 제 아이는 못 보지만 그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함께 보낸 것이 무척 좋았어요.
사실 주부나 가정 있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는 명절처럼 바쁘고 버거워요. 솔로라고는 하지만 자신보다는 아이를 생각하게 되죠.
고미란= 인터넷에 솔로들이 올린 글 아세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절대 눈이 안 오게 해주세요’ ‘완전히 다 정전이 돼서 아무 것도 못 하게 해주세요’하고 써 놓은 것말예요.
심유영= 그런데 꼭 크리스마스를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교회 일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솔로여서 안 좋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거룩한 기분으로 보내는 게 좋아요. 오히려 솔로여서 자유롭고, 결혼한 사람이 불쌍한 걸요.
▼솔로에게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의미는?
정재선=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솔로는 가족이 있는 사람을 대신해서 사회생활에서 더 희생당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야근 당직은 물론이고, 출장은 1위, 휴가는 꼴찌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날 더 가족이나 애인을 찾게되는 거겠죠.
혼자 있으면 꼭 버림받은 느낌이 드니까요.
허수경= 맞아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는 분위기 자체가 가족 같은 따뜻한 품을 찾게 만들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 동호회는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 오히려 출석률이 좋아요. 솔로들로 이뤄진 다른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거죠.
그렇게 따뜻한 걸 찾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 요즘은 단지 발렌타인데이 같은 성격으로 변질된 것 같아서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사교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괜히 동하게 되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심유영= 제 생각에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좀 건설적으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즐기는 데 몰두하지 말구요. 사실 자신은 상관없는데 남의 시선 때문에 안달하고 집착하고, 기분상하고 하잖아요.
가족하고 보내면 어떻고, 애인하고 보내면 어떻고, 또 혼자 보내면 어떻습니까?
술 마시고 다음날 허탈하기보다, 조용히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연말에 마지막으로 못 해본 것을 하며 보내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고미란(27) 결혼정보회사 듀오 이벤트 팀장.
▲신윤철(28) ㈜제일기획 미디어플래닝팀 근무. 프리챌 솔로동호회 ‘싱글이즈’ 운영자.
▲심유영(30) 바이올린 전공, 뉴욕에서 호텔경영 공부, 지금은 모바일 회사인 ㈜아이엠넷피아 사업기획팀장.
▲정재선(28) ㈜비비안 상품기획부 근무.
▲허수경(31) 쏠로닷컴(www.ssolo.com) 기획 이사. 지난 해 결혼3년 만에 이혼한 ‘돌아온 솔로’.
“연말 분위기는 솔로들을 억압한다”고 입을 모은 5명의 솔로들. 정재선 정리=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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