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신청을 낼 때마다 실사를 다시 하라는 말이냐.”17일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최근 HSBC의 조정 신청에 대해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회계전문가를 선임해 매수청구 조건을 재심의한다’고 결론을 내자 주채권은행과 HSBC 양측 모두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매수청구 조건은 실사에 따른 무담보채권 청산가치(25.46%)를 회사채로 지급해준다는 것. 예를 들어 1,000원의 채권이 있을 경우 250.46원만 회사채로 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HSBC측이 “변제 가격이 너무 낮은데다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조정 신청을 내자 조정위원회측은 고심 끝에 회계전문가에게 ‘공’을 넘겨버린 것.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촉진법상 조정을 할 때는 반드시 회계전문가가 심의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은 현실을 무시한 법 적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회계 전문가가 선임되더라도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새롭게 실사를 하지 않는 한 청산가치를 새롭게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이는 조정 신청이 제기되는 기업 마다 실사를 다시 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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