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 환자의 삶을 180도 바꾸어 놓은 라식(LASIK: Laser Associated Stromal In Situ Keratomileusis 레이저각막절삭가공성형)수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7년.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안과전문의들은 어림잡아 국내에 10만명 이상이 라식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도입된 라식수술 기계만 250대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근시환자는 약 2,000만명. 이미 라식수술로 안경을 벗어던진 근시환자가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모험심 강한 경우였다면,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되면 수술을 받으리라 대기중인 환자군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있다.
안경 없으면 맹인이나 다름없었던 사람이 맨눈으로 바라보는 밝고 환한 세상은 분명 현대의학의 개가이다.
라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70%이상은 1.0의 시력을 얻게 된다. 마이너스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 환자들도 0.7~0.8의 시력은 회복할 수 있다.
라식분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빛사랑안과 이동호원장은 “통계에 따르면 수술받은 환자 100명 가운데 99명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단지 15분, 250~300만원만 투자하면 안경이 필요 없는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수술을 꺼리는 이유는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이동호 원장은 “10~20년 후 라식수술의 어떤 합병증이 환자를 괴롭힐지 현재로선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흔한 후유증은 10명에 1명꼴로 경험하는 야간의 불빛 번짐이나 눈부심증상이다.
또 시력의 선명도가 떨어질 수있다. 안구 건조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보통 수술 후 3개월정도 환자들은 안구가 뻑뻑하다고 호소한다.
세란안과 이영기 원장은 “수술 중 레이저 조사(照射)때 눈을 움직여 방향이 잘못 맞아 절편이 울통불퉁 깎였을 경우 부정난시가 올 수도 있다. 또 원하는 만큼 시력이 안 나올 수도있으며, 몇 년이지나면 시력이 다시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식수술은 초창기 도입시와는 비교도할 수 없을 만큼 안전해졌다.
기계는 점점 정교해지고, 의사들의 축적된 경험도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의사들도 병원을 찾는 환자라고 무턱대고, 라식수술 대상자로 삼지는 않는다. 대부분 의사들은 환자에게 수술 후후유증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환자가 조금이라도 수술을 꺼리거나, 수술결과가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환자를 돌려보낸다.
이동호 원장은 “전체 상담자의 10%정도는 돌려보낸다” 면서 “라식수술을 받을 수 없었던 환자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3%는 각막두께가 얇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막이 유난히 얇거나, 헤르페스 각막염 등으로 각막 혼탁이 있는 경우, 녹내장, 백내장이 있는 경우, 기타 망막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도 수술을 피해야 한다.
직업이 무엇이냐, 자신의 삶에 미용이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사는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수 있다.
예를 들면 밤에 운전하는 직업을 가진 택시기사라면 라식 수술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식수술을 받은 자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할수 없으므로, 공사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수술 받아선 안된다. 육사나 경찰대학 입학은 가능하다.
축구, 농구, 유도, 권투 등 격렬한 운동을 즐겨 하는 사람들에게도 라식은 적합하지 않은 수술이다.
강남 오세오 안과 최용석 원장은 “라식은 미세각막절삭기를 이용해 각막 윗부분을 얇게 벗겨놓고, 절편을 만들고, 남아있는 각막 실질에 레이저를 쏜 다음, 다시 각막절편을 덮는 수술”이라면서 “격렬한 운동을 하다, 각막 절편이 눈에서 떨어져 나갈수 있으므로, 직업운동선수라면 라식보다는 라섹을 권한다”고 말했다.
라섹은 각막을 잘라내지 않고, 상피세포층만 벗겨내는 수술이다.
수술 연령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수술을 미루라고 조언한다.
10대의 눈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라식수술로 눈이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 18, 25살… 의사들이 권하는 환자의 적정 나이는 조금씩 다르다.
40대 전후 중년층에 대한 나이제한은 최근 사라지는 추세다. 이영기 원장은 “라식수술에 특별한 나이제한은 없다. 하지만 수술로 근시를 없애버리면, 멀리 볼 때는 안경을 벗을 수 있으나, 책을 볼 때는 오히려 돋보기를 착용해야 하므로 경도 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식수술이 노안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있다는 것이다.
수술을 희망하는 근시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왜 많은 안과의사들은 여전히 안경을 끼고 있느냐는 점이다.
최용석 원장은 “의사들도 최근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현미경을 자주 이용하는 정밀시력을 필요로 하는 안과, 신경외과, 병리과 의사들은 굳이 이 미용수술에 대해 큰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안과 이종복교수는 “아내에게는 해줄 수있어도, 딸에게는 아직 권할 수 없는수술” 이라는 말로 라식 수술의 안전성을 표현한다.
아내는 혹시 수술이 잘못되더라도 평생같이 살면 되지만, 딸의 일생은 아빠가 책임져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라식수술을 하느냐, 않는냐는 전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6인이 말하는 '수술이후'
안과의사들이 주장하는 만큼 라식수술의 효과는 정말 좋은 것일까.
올해 근시교정수술을 받은 6명의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술 이후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신우용(46)씨는 9월 11일 수술을 받은 후, 두달만인 11일 2차 수술을 받았다. 나이 때문에 혹시 과교정할 경우, 원시가 올 가능성이 높아, 1차수술에서 저교정했기 때문이다.
수술전 시력은 양안 마이너스 9디옵터. 1차 수술 후 마이너스 7.5디옵터가 됐다. 수술 다음날 측정한 시력은 양안 모두 1.0.
“ 1차 수술 후 안경을 껴야 책을 볼 수 있더군요. 건조증도 심해 오후 시간은 견디기 힘들었군요. 다행히 눈부심 증상은 두달정도 지나니 없어졌습니다.”
이혜규(34)씨는 10월에 수술받았다. 각막이 유난히 얇아 수술 전 의사로부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 미리 통보받았으나, 16년동안 콘택트렌즈 착용하면서 겪었던 불편에 비하면 “라식수술을 진정한 ‘해피 메이커’”라고 극찬한다.
교정전 양안 모두 마이너스 10디옵터였으나 현재 0.7이다. 야간 눈부심 증상은 지금도 약간 있다.
9월 수술시 실핏줄이 터져 한동안 고생했던 김승혜(29)씨는 “현재도 약간의 불편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0.1, 0.3이던 좌우 시력은 양안 모두 1.0까지 좋아졌다. 하지만 최근에도 다시 실핏줄이 터져 눈이 붉게 충혈된 상태이다.
3월에 수술받은 이보형(30)씨는 마이너스 6.5디옵터였으나, 수술 후1.2가 됐다.
“수술전에 비해 대비감은 좀 떨어지지만, 대신 시야가 넓어진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은 한달, 눈부심 증상은 석달정도 심하게 겪다 최근 사라졌다.
한숙이(35)씨는 10월 초 수술받았다. 교정전 마이너스 8.25, 7.85디옵터였으나 2주 지나면서부터 1.0, 1.2으로 시력이 좋아졌다.
“15년이상 렌즈를 꼈던 후유증인지, 수술 후 가끔 눈꼽이 낀다”고 말했다.
양은영(26)씨는 6일에 수술받았다. 마이너스 7.25, 8. 25디옵터에서 교정 후 시력은 0.6, 1.0. “렌즈 없이도 내눈으로 모든 세상이 보이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눈이 흐릿하지만 만족하는 편. TV도 잘보고, 3주 후부터 운전도 다시 시작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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