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올해를 그냥 넘길 것 같다.북측은 대한적십자사가 어디서라도 좋다면서 제안한 이산가족 행사 제의를 무반응으로 거절했다.
우리 민간단체들은 8·15공동행사의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 북측이 내놓은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미관계도 꼬여갈 조짐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탈레반 정권을 제압한 미국은 또 다른 타깃을 찾고 있어 북한을 긴장시키고 있다.
나아가 탄도요격미사일(AMB)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미국은 미사일방어(DM)체제를 위해 자유롭지 못한 북한을 다욱 옥죌 기세이다.
객관적 상황이 험하다 보니 통일부도 위축된 기색이 역력하다. 당국자들은 "뾰족한 묘안이 없다" "북미관계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 한다.
홍순영(洪淳瑛) 장관이 장관급회담의 대안으로 내놓은 '분야별 협상'카드도 당장 효험을 보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다간 내년 1년도 공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남쪽에선 지방선거, 월드컵, 대선이 기다리고 있고, 북족도 김정일 60회, 김일성 90회 생일 등 정치행사가 빼곡하다.
선거 영향을 이유로 야당이 우려하고 있는 김정일 답방은 커녕, 남북 모두 '집안 단속'도 역부족인 형편이다.
남북은 6·15 정상회담 후 전례 없는 평화를 만끽하면서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지 실천된 것은 많지 않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홍 장관의 표현대로 쌍방의 책임이다.
남북 정상에게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결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동준 정치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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