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 물체를 액체 속에 완전히 넣어 두다 2. 발효시킨 음식을 만들다■새 정의: 칼 등의 뾰족한 흉기로 배를 찌르다
■용례: “마음에 안 드는 저 친구를 담가버려.”
올 한해 사회를 휩쓴 문화코드는 ‘조폭’과 ‘엽기’였다.
영화부터 시작해 드라마, 가요까지 이 두 가지 단어는 다양한 변주를 하며 대부분의 소재를 대치했다. 특히 이들 단어에 숨어 있는 폭력성은 사회 전반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올들어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는 벌써 몇 편째 흥행 행진을 계속했다.
이들을 일컫는 말이나 이들의 용어도 공개적으로 세상에 나오고 있다. 그 만큼 대중은 그들이 사용하는 거칠고 적나라한 용어를 거북스럽지 않게 쓰게 됐다.
그러나 이들 용어가 내포하는 난폭하고 잔인한 의미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심각하게 되짚어볼 문제다.
‘담그다’도 그 중 하나다. 원래 담그다라는 말은 ‘액체 속에 물체를 잠기게 넣어 두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김치나 젓갈 등의 발효식품을 만드는 일도 ‘담근다’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영화의 한 장면. 조직에 위협을 가하는 상대편 보스의 집을 밤 늦게 찾아간다. “저 친구, 담가버려.” 조용히 칼을 빼들고 침입해 상대방을 난자한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칼을 이용해 신체를 찌를 때 조직폭력배는 ‘담그다’라는 말을 쓴다. 어감 그대로 흉기를 몸 속으로 깊숙하게 집어 넣는다는 뜻이다. 1980년대 후반이후 조폭의 싸움 방식이 흉폭해지면서 이런 말들이 일반화했다”고 설명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담금’에 대해 이렇게 패러디한 글이 올라 있다. ‘미운 사람이거나 시기의 대상인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때 칼이라는 꽤 단순한 도구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폭력성에 대한 패러디 글이지만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살인을 가볍고 단순하게 여기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영화 ‘친구’를 보고 따라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어린 학생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제는 ‘조폭’이라는 단어를 조용히 ‘담가버려야’ 할 순간이 되지 않았을까?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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